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소청에서의 이틀째, 진혼굿 본문
이제는 외로움을 떨쳐버리고 꽃잎처럼 가볍게 하늘에 들라 | 문계봉
옥빛 바다와 생물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
넓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그 모든 것을 품은 사람들이
소박하고 순정하게 살아가는 곳
소청도
우리는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모든 시간과 함께
꽃잎처럼 가볍고
새처럼 자유롭게 날 수 있을까?
언제나 우리의 삶을 휘저어 놓는,
그리하여 우리의 발걸음을 자주 머뭇거리게 하는
납처럼 무거운 역사 혹은 기억들
그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섬의 고독보다 더욱 외롭고 처연했던 사람들
파도가 실어 오고 싣고 나가는
허다한 그리움 속에서도
호명되지 않거나 쓸쓸하게 잊힌 이름들
그들은 소청의 자식들이었다
남은 이들의 부모이자
형제였고 친구이자 이웃이었다
그동안 잊고 있던 우리의 역사이자
우리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리하여
바다조차 얌전히 숨을 죽이고
바람조차 산 중턱에 머물며
너그럽게 쉬고 있는
늦가을 볕이 맑고 유순한 오늘
마음을 모아 그들을 불러본다
기억을 더듬어 또 다른 우리를 불러본다
억울하고 외로운 영령들이여
바다와 고독을 마주하지 말고
우주의 별들과 함께
꽃잎처럼 가볍게 하늘로 올라
이제는 부디 행복하시라
이제는 부디 편히 쉬시라
다만 소청도의 자손들을 돌보시고
슬픔과 가난이 결코 없는 섬
사랑과 여유가 넘쳐나는 섬
항상 기쁨의 웃음꽃이 만발하는 섬
이제껏 우리 삶의 요람이었고
앞으로도 대대손손 아름다울
이곳 소청도를 굽어보며 지켜주시라
우리 역시 그대들을 기억할 것이다
저 푸른 바다를 앞에 둔 우리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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