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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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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소청도에 들다(入)

달빛사랑 2018. 11. 30. 17:30




11월의 마지막 날, 소청도에 들어와 민박집 허름한 방안에 앉아 글을 쓴다. 이 시간 어머니는 무얼 하고 계실까. 내가 없는 23일 동안 빈집의 적적함을 잘 견뎌내실까 걱정이다. 대기의 상태는 먼 바다를 지나온 이곳도 그리 좋지 않았지만 바람은 잔잔했다. 오후에는 햇살 좋은 섬 주위를 몇 시간 동안이나 걸었다. 오랜만에 뭔가 새로운 기운이 내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함께 온 후배는 갯가 출신답게 바다 앞에 서니 얼굴빛이 달라졌다.

 

우리를 초대한 선배는 내일 위령제를 준비 중이다. 해방 이후 일제의 기뢰를 분해하여 살림에 보태려 했던 소청도 주민 67명이 한 주민의 실수로 기뢰가 터지는 바람에 떼죽음을 당했다. 증언에 의하면 폭발로 인해 산산조각 난 주민들의 몸의 일부가 바위 위에 흩뿌려졌고 개들은 인육을 먹고 눈빛이 달라져 마을의 닭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개들을 살육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소청도에는 개들이 살지 않는 섬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선배로부터 들은 말과는 달리 소청도 곳곳에서 개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문제는 너무도 황당한 사건을 만난 주민들이 의식적으로 그 사건을 덮어두려 했고 72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위령비가 세워졌다는 것이다. 선배는 바로 그 비극적 영혼들을 위한 진혼굿을 위해 섬에 들어온 것이다. 나는 그 의미 있는 행사와 상관없이 휴식을 위해서 섬을 찾았다. 평소부터 먼 섬에 가보고 싶었는데 좀처럼 기회가 나질 않았다. 의지가 없었다고 하는 게 정확한 말일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선배와 일정이 맞았다. 고맙게도 선배는 승선료는 물론 숙박비 일체까지 대주면서 나를 초대해 주었다.

 

나는 섬에 도착하자마자 예동포구에 나가 바다를 구경했다. 그리고 탐방로를 따라 분바위까기 다녀왔다. 바닷물과 잇닿은 바위 위에는 홍합이 지천으로 붙어 있었다. 포구 출신 후배는 연신 탄성을 지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직까지 소청도는 사람의 손을 덜 탄 탓인지 물도 깨끗했고 주변 환경도 자연 그대로였다. 이제 막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펼쳐질 섬에서의 시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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