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자서전 대필자의 포지셔닝에 대하여 본문
며칠 동안 자서전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한 사람의 80평생을 속속들이 읽고 정리하는 작업은 재밌지만 지난한 작업이다. 아무리 감정이입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그가 살아온 삶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복원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진술하기란 또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의뢰인이 진술한 내용 중에는 다소 윤색된 것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러한 윤색이 잘못은 숨기고 미담은 증폭하려는 유치한 욕망 때문이 아니라 그의 기억이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라면 자서전을 대필하는 저자는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걸까. 대필자는 의뢰인의 의도와 욕망에 부합하는 서술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자서전 대필자는 역사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계약에 의해 일정한 보수를 받고 일을 수행하는 사람일뿐이기 때문에 유치한 욕망이든 기억의 작동방식 때문이든 의뢰인이 요구하는 대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빨리 끝내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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