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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어머니의 귀가를 기다리며 본문

일상

어머니의 귀가를 기다리며

달빛사랑 2018. 3. 7. 12:50

내게 전화를 걸어와 안부를 물어볼 정도로 어머니는 빠르게 회복 중이십니다. 마음 착한 동생 내외의 극진한 보살핌도 한몫을 하고 있을 것이고 본인의 회복의지가 강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지금도 호흡을 못하고 헐떡거리시면서 응급실로 실려 가실 때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그 때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마음속이 서늘해집니다. 다만 어머니는 지금 내가 사는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건 동생네가 불편하기 때문이 아닐 겁니다. 동생 내외의 성정은 결코 어머니를 불편하게 해드릴 사람들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내가 걱정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맞벌이로 일하는 동생 내외에게 민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자식들 입장에서는 결코 민폐가 아닌데도 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십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님들의 마음의 결이란 항상 그런 것일 테니까요. 그러다보니 안 봐도 되는 며느리의 눈치, 아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거지요. 그럴 필요 없다고, 그러시지 말라고 해도 결코 달라지질 않습니다. 유전자 속에 이미 그런 성정이 내장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 후, 심장내과와 호흡기내과를 내원하게 되는데, 그때 병원에 들렀다가 자연스럽게 집으로 오시면 될 듯합니다. 내가 사는 집, 본래 어머니의 집으로 온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더욱 많은 손품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지요. 하지만 어머니는 바로 그 손품 발품을 팔고 싶어 하시는 게 틀림없습니다. 나를 위해 밥을 안치고 나를 위해 빨래를 하고, 나의 귀가와 음주생활과 건강에 대해 간섭하고 싶어 하시는 거지요. 어쩌면 나는 불효자 같은 포즈를 취해야만 어머니를 더욱 긴장시키고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불효의 역설 혹은 역설적 효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신다면 나는 어머니와 이전과는 다르게 많은 시간을 함께 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대화도 많이 나누고 따뜻한 봄날이면 볕에 나와 앉아 봄볕도 구경하고 싶습니다. 날이 좀 더 풀리면 가까운 곳으로 산책도 갈 생각입니다. 어머니가 자꾸 기다려집니다. 다음 주 수요일 쯤이면 집으로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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