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힘내요 엄마-기적을 바라며(1) 본문
―어머니의 투병기 : 2월14일
설 연휴를 앞두고 퇴근길에 들른 갈매기에서 지인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있을 때 어머니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아 "여보세요?"했을 때는 이내 끊어졌고 곧바로 다시 걸려온 전화를 비로소 받았다. 오후 8시 49분. 어머니는 다급한 목소리로 "엄마가 너무 아프니 빨리 좀 와 줘라."라는 것이었다.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불안안 마음을 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 있는 나에게 좀처럼 전화를 하는 분이 아니었기에, 이처럼 직접 전화를 걸어서 들어와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경우는 뭔가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말이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심한 기침을 하고 계셨고, 목에서는 가륵가륵 하는 가래 끓는 소리가 들렸다. 손발이 차디차고 얼굴에서는 식은 땀이 흘렀다. 집에 있는 기관지확장제를 흡입하게 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기침가래 약을 드시게 했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화장실을 두어 번 다녀오신 어머니는 자리에 누워 힘겹게 숨을 헐떡이시며 점점 까라져가고 있었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나는 곧바로 119구급대로 전화를 했고 약 5분 후, 구급차가 도착해서 어머니를 싣고는 길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어머니는 응급조치를 받은 후 이내 인공호흡기를 끼시고 기계호흡을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의사의 호출을 받고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자 당직의사는 어머니의 상태를 설명해 주었다. 폐에 물이 차고 염증이 있어서 자가호흡이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었다. 아들 또래의 의사가 연신 설명했지만 좀처럼 믿음이 가질 않았다. 가끔 정신이 돌아온 어머니께서는 호흡기가 불편한지 손을 들어 자꾸 그것을 빼내려 하였다. 간호사들이 몰려와 어머니의 양손을 침대에 묶어놨다. 소변줄을 끼고 진정제를 맞은 어머니는 죽은 듯이 잠이 들었다. 어머니의 가슴이 힘겹게 그러나 규칙적으로 부풀었다 꺼졌다 했다. 눈물겨웠다. 이튿날 일곱시쯤 중환자실로 이송할 거라는 말이 있었다. 연휴 전날이었지만 응급실에는 환자들로 붐볐다. 동생 가족들이 도착해서 밤을 새워주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황망한 가운데 응급실에서의 하루가 갔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힘내요 엄마-기적을 바라며(3) (0) | 2018.02.16 |
---|---|
힘내요 엄마-기적을 바라며(2) (0) | 2018.02.15 |
상강(霜降)-운유당 서신 (0) | 2018.02.13 |
장강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몰아낸다 (0) | 2018.02.12 |
동화(同化)-운유당 서신 (0) | 2018.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