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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동화(同化)-운유당 서신 본문

일상

동화(同化)-운유당 서신

달빛사랑 2018. 2. 11. 22:59

상처를 덮은 거즈 위로 붉은 피가 스미듯, 적당한 온도의 물과 만난 다기(茶器) 속 차() ()이 물과 공기 속에 퍼지며 스미듯, 기쁜 당신의 마음속으로, 슬픈 당신의 눈물 속으로, 끝내는 지극히 구체적인 당신의 아픔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면, 모든 뿌리들에 빗물이 스미듯, 열매의 속살에 가을 햇볕이 스미듯, 무척이나 그윽하고 자연스레 스며들어, 어느 날 문득 힘든 당신이 뒤를 돌아봤을 때, 익숙한 풍경처럼, 오랜 그림처럼 나 그곳에 서 있을 수 있다면, 그대의 손과 내 손이 만나 이루는 수줍은 호선(弧線)처럼, 그렇게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게 스며들 수 있다면, 스며들어 끝내는 우리가 하나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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