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동화(同化)-운유당 서신 본문
상처를 덮은 거즈 위로 붉은 피가 스미듯, 적당한 온도의 물과 만난 다기(茶器) 속 차(茶) 향(香)이 물과 공기 속에 퍼지며 스미듯, 기쁜 당신의 마음속으로, 슬픈 당신의 눈물 속으로, 끝내는 지극히 구체적인 당신의 아픔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면, 모든 뿌리들에 빗물이 스미듯, 열매의 속살에 가을 햇볕이 스미듯, 무척이나 그윽하고 자연스레 스며들어, 어느 날 문득 힘든 당신이 뒤를 돌아봤을 때, 익숙한 풍경처럼, 오랜 그림처럼 나 그곳에 서 있을 수 있다면, 그대의 손과 내 손이 만나 이루는 수줍은 호선(弧線)처럼, 그렇게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게 스며들 수 있다면, 스며들어 끝내는 우리가 하나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강(霜降)-운유당 서신 (0) | 2018.02.13 |
---|---|
장강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몰아낸다 (0) | 2018.02.12 |
당신의 꽃밭-운유당 서신 (0) | 2018.02.10 |
낯선 곳에서 당신의 안부를 묻다-운유당 서신 (0) | 2018.02.09 |
'괴물들'의 나라 (0) | 2018.02.08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