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2017부평풍물대축제 본문
20년이 넘은 부평풍물대축제는 이제 명실상부한 인천의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사흘에 걸쳐 진행되는 축제지만 나는 다른 일정 때문에 마지막 날만 현장을 찾았다. 민예총 굿 위원회 회원들이 기획과 진행의 전 단계에 결합하여 활동하고 있고, 축제 집행위원장 역시 아는 선배이기 때문에 눈도장을 찍으러 가야만 했던 것이다. 결국 일정이 겹쳐 후배 이재상의 연극 공연은 참석하지 못했는데 이후 후배의 지청구를 어떻게 감당할까 조금 걱정되긴 했다. 공연관람과 행사 참석은 문화예술 판에서는 품앗이기 때문에 일정을 조절해서라도 대개는 참석해 주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몸이 한 개인 걸 어쩌란 말인가.
무엇보다 오늘은 후배 조성돈의 공연을 보고 싶었다. ‘청출어람 젊은 명인전’ 특집으로 전국의 8명의 50대 명인들이 기예를 선보이게 되는데, 사실 말이 ‘젊은 명인’이지 이들 모두가 다 해당 분야에서 30년 이상씩 된 전문가들이다. 이제는 후학들을 교육하고 자기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명인의 반열에 있는 분들의 기예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여간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기획과 교육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춤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조성돈이 작년부터 무대 위에 서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테이블에서 만난 그의 모습과 무대 위에서 만난 명인으로서의 그의 모습은 느낌부터 달랐다.
꼬박 두 시간에 걸친 공연이었지만 관객들은 시종일관 자리를 뜨지 않고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만큼 그들의 기예는 아름답고 훌륭했다. 확실히 예인의 삶을 수십 년 동안 살아온 명인들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 기나긴 세월 동안 시련과 좌절도 만만치 않았을 것일 텐데, 그 인고의 나날을 오롯이 견뎌내고 자신의 기예를 완성시켜온 명인들에게 경외감이 일었다. 인천에서 이렇듯 훌륭한 공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년에는 일정을 확인하여 축제의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훑어볼 생각이다. 준비한 모든 이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공연이 끝나고 개코막걸리에 들러 오혁재와 막걸리 한 잔. 그곳을 나와 길을 가다가 또 다른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남희 형, 광식과 주혜 커플, 그리고 노래하는 헌구와 합류. 2차를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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