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문화건달 전성시대 본문
오전에 민주노총 인천본부에서 인천평화축제 기획단 평가회의를 했다. 평가의 내용은 이미 제출된 자료를 통해 회람되었고,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는 그 문건의 내용을 벗어나는 게 없었다. 다만 엊그제 발표한 인천 민예총의 성명서 때문에 지역이 발칵 뒤집힌 모양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지만 SNS에 올라온 재단 내부 임원의 반박 글이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한 마디로 “민예총이 과연 이런 주장(인사의 투명성 및 재단운영의 민주화)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글을 올린 당사자는 과거 민예총 출신 대표이사가 재단을 맡에 되었을 때 민예총 역시 본부장을 낙하산으로 내리꽂지 않았느냐고 반박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그 당시에는 내가 현장에 없을 때라서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대충은 들어서 알고 있다. 물론 이쪽 사람들에 의해 필터링 된 이야기들이라서 객관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긴 하지만.
그러고 보면 이 모든 게 내게는 권력투쟁으로 보인다. 반박을 한 임원 입장에서는 근무 연수와 짬밥이 있는데, 내부 승진을 기다리던 재단 내 직원들의 바람에 반(反)하여 새로 부임하는 대표이사가 자신의 사람을 낙하산으로 조직에 꽂았을 때 그 배신감과 상실감은 매우 컸을 게 분명하다. 더 깊은 속사정이 있겠지만 일단 당시 재단 임원들이 보기에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는 분명 있어 보인다. 아는 후배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 글에 대한 답글을 쓰려고 페북에 들어가 봤더니 이미 그 글은 지워지고 없었다. 이 문제를 표면적으로 이해한(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인천민예총 이사장이 단체 대화방에서 흥분한 어조로 “만약 그 직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런 추잡한 짓을 한 민예총도 반성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라는 말을 올렸고 그 문제가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되어 결국 내가 중간에 나서서 중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솔직히 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재단을 장악하려 했던 인천의 모 정치세력의 의도를 알기 때문에 예의 그 임직원의 말을 백퍼센트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인천민예총의 일련의 행보도 그리 설득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 이건 권력투쟁이다”라고 밝히는 것이 조금은 솔직한 처사라는 생각이다. 운동적 관점에서 본다면 자기 정파가 주도권을 갖고 모든 정책들에 간섭해 들어가려는 시도는 인지상정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다면 문화와 예술이 정치투쟁과 갖는 변별점은 무엇일까. 요즘 내 주위에는 명백하게 보이는 불순한 의도를 저마다 윤색하며 자기 합리화를 일삼은 문화 건달들이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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