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엄마 힘내세요 본문
8월의 마지막 날, 어머니와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어머니는 병원에 다녀오신 후 바뀐 약 때문인지 하루 종일 먹지도 못하시고 까라지셨다. 나는 정육점에 들러 소고기 한 근을 사다가 구워드리려 했지만 그것조차 먹지 못하고 잠만 자셨다. 얼마나 혼곤하게 잠이 드셨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아 나는 가까이 가서 숨소리를 확인하기까지 해야만 했다. 다행히 식사 때가 되어 잠깐 일어나셨지만 줄곧 의자에 멍하니 앉아계셨다. 나는 죽을 쑤어 어머니에게 한 그릇 떠 드렸는데, 그것을 뜨는 둥 마는 둥 하시곤 다시 쓰러지셔서 저녁이 올 때까지 내쳐 주무셨다. 안타까움과 자책, 슬픔과 안쓰러움이 버무려진 감정이 하루 종일 나를 떠나질 않았다.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오늘 하루 쉬겠다고 말을 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빈집에 홀로 계신 어머니는 아랑곳 않고 지인들과 술판을 벌이고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귀가를 하곤 했던 그간의 내 행동들이 하나하나 바늘이 되어 내 심장을 콕콕 찔러왔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소고기 무국을 끓여놓고 한참을 기다렸더니 날이 컴컴해져서야 비로소 깬 어머니는 “네가 그걸 끓였어?” 하시며 남은 죽과 더불어 국물을 조금 뜨셨다. 여전히 속이 편치 않으셨을 게 분명한데도 아들을 안심시키고자 억지로 곡기를 넣으려 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몸이 거덜 난 상태여도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자신의 표정을 관리하고 몸 상태를 위장하는 법이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짐짓 모른 체하며 나 역시 그 옆에서 밥을 먹었다. 8월의 마지막 날, 아픈 어머니와 철없는 아들이 만들어 내는 숟가락질 소리가 괴괴한 침묵 속에서 저 홀로 요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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