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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막걸리도 좋고 소주도 좋지만 본문

일상

막걸리도 좋고 소주도 좋지만

달빛사랑 2017. 7. 28. 23:30

막걸리를 마시니 쉬 취하지 않아 좋은데 술판이 길어진다. 어제 출판사 갈 때 동행해 준 혁재는 막걸리 이외의 술은 거의 마시질 않는다. 그래서 혁재와 술을 마실 때면 주종은 늘 막걸리로 결정된다. 모든 술은 저마다의 향취와 술로서의 미덕이 있다. 또한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안주를 가진다. 이를테면 얼큰한 찌개나 담백한 회가 안주로 오른 술자리에선 대개 소주가 선택되고, 전이나 두부, 오징어나 묵 등이 안주로 나올 때는 막걸리가 선택된다. 하지만 혁재는 그 어떤 안주가 나온다 해도 늘 막걸리만 마신다. 그래서 일 년 360일 술을 마셔도 술병 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화학주인 소주를 하루도 빠짐없이 들이켠다면 그의 간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막걸리도 엄연히 술인 이상 과음하게 될 경우 간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곡주인 막걸리는 소주보다는 확실히 몸에 덜 나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이 안 선다. 소주를 마시면 확실히 속이 부대끼고 알코올이 분해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사나흘 연속으로 술을 마시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자연히 주중 알코올 섭취량이 줄어들게 되는데 막걸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순하지만 많이 먹는 것과 독하지만 적게 마시는 것 중 어떤 것이 몸에 덜 해로운 것인가 도무지 타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일정한 한도를 넘어서면 순한 술과 독한 술의 차이가 없어지긴 하지만…….

 

오늘은 간단하게 한 잔 하려던 계획이 어긋나 버렸다. 혁재와 둘이서 6병을 마셨으니 한 사람 당 막걸리 세 병씩을 먹는 셈이다. 젊었을 때야 막걸리 세 병이 만만했지만 지금은 50대 중반 아닌가. 물론 혁재는 전혀 취한 기색이 없이 멀쩡했지만 나는 일어설 때 살짝 취기가 느껴졌다. 다행히 집에 돌아왔을 때는 술이 깼지만 이제는 막걸리 세 병도 부담스럽다. 어쨌든 '불타는 금요일', 일명 불금에 불에 타버리지 않고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아직은 내 의지로 술판을 정리하고 먼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여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술이 술을 먹는 단계는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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