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핼스클럽, 하루만에 등록 해지하다 본문
그동안 다니던 클럽은 등록 만기가 되었고, 5월이면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야해서 오늘 사무실 근처에 있는 핼스클럽에 새롭게 등록을 했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운동을 하러 갔다가 아연실색해서 나왔습니다. 시설이 너무 안 좋았던 겁니다. 기구도 별로 없고 그나마 있는 기구들도 낡아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도 있더군요. 샤워실에 들어갔을 때는 황당해서 말이 나오질 않았습니다.샤워기도 대부분 고장나고 두 개에서만 물이 졸졸 나오고 있었고, 거울은 때가 끼어 아예 얼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등록할 때 만난 원장은 무척 시원시원하고 사람 좋아 보여서 호감을 느꼈는데, 이건 영 아니더라구요. 본인 말로는 육체미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많고, 또한 스포츠 박사학위를 받아 대학 강의는 물론 출장 강연도 나간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게으르기 때문에 센터를 관리하지 못한 게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외부 강의도 좋지만 일단 자기 사업장부터 꼼꼼하게 관리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청년회원은 10년째 그곳에 운동을 하러 다닌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체육관의 연조도 제법 깊은 듯 싶은데, 왜 이렇게 방치를 한 것일까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한 번 운동을 하고 나니 다시는 그곳에 운동하러 가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등록을 해지하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운동하러 갔을 때는 관장이 출타 중이어서 제가 운동을 하고 왔다는 것을 몰랐을 겁니다. 그래서 갑자기 지방에 내려갈 일이 생겼다는 핑계를 댔습니다. 좀 치사한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관장은 흔쾌히 환불해주겠다며 내일 점심나절에 들르라고 하더군요. 제가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친구가 하는 말, "소심해서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네가 그렇게 전격적으로 환불을 요청한 걸 보면 더러워도 언간히 더러웠던 모양이네."였다. 참나, 결정장애를 소리까지 듣다니. 어찌되었든 남에게 불편한 소리를 잘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나로서는 오늘 엄청난 큰 결정을 내린 셈이다. 앞으로 스포츠센터와 같은 체육시설에 등록을 할 때는 좀더 신중하게 돌아보고 결정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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