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화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구조 본문
이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화해의 방식은 무엇인가. 논쟁의 자리에서 논리가 아닌 감정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하여 논객으로서는 결코 용서할 수 없었던 그가 오랜만에 전화를 해왔을 때, 서로에게 등 돌리고 섰던 마음의 이 어이없는 무너짐, 무너짐 속의 기쁨은 또 무엇인가? 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적의(敵意)을 키운 건 결코 아니었지만, 한 통의 짧은 통화, 의례적인 인사말, 그저 불편함이 싫어서 던졌을 몇 마디 안부로도 쉽사리 돌아서는 이 마음은 무엇인가?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마음들. 최소한 무표정, 더 나아가면 무감정 혹은 적의라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 그러나 다시 무엇인가. 만나도 된다는 것인가? 손잡아도 된다는 것인가? 언제나 만남과 헤어짐은 내 마음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것은 나의 오래고 오랜 회한. 하지만 그래도 미워해야 할 것과 사랑해야 할 것은 명증하게 변별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움의 방 속으로 밀어 넣었던 얼굴을 다시 사랑의 광장으로 데려와 미소를, 사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러나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화해의 순간 비굴할 정도로 솟아나는 이 기쁨, 이 안도감이다. 결별을 두려워했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이 마음의 색과 결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분명 나는 상념 속에서 결별을 두려워한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화해의 요구가 나에게 접수된 순간 이토록 안도의 감정이 생길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내 감정에 대해 지나치게 불신해선 안 된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하여, 조용하고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이 기쁨과 안도의 정체를 해명할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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