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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뜻밖의 횡재?.. 그래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본문

일상

뜻밖의 횡재?.. 그래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달빛사랑 2012. 2. 15. 00:52

 

서랍을 정리하다 문득 대학시절 사귀던 여자 친구와 함께 맞췄던 14k 커플링을 발견했다. 물론 그녀와의 추억이 소중해서 간직해 온 것은 결코 아니고, 사랑이 깨지고 난 후, 끼고 다니던 반지를 빼어 대충 던져놓았던 것이 이렇듯 불쑥 발견된 것뿐일 것이다. 헤어질 당시에는 반지를 보는 것이 정말 고통스런 일이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난 후, 이 반지는 청년 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을 잔잔하게 환기시켜 주는 것이었다. 신념과 꿈으로 가득한 장한 가슴을 소유하고 있던 시절, 그 시절엔 나도 그녀도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녀는 동아일보사에 입사해 현재까지 기자의 길을 가고 있고, 결혼도 했으며, 장성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나는 대학원에 진학해 학자의 길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하다가 역사와 현실을 만났고, 노동운동의 길을 가다가 지금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 세월의 긴 여정만큼이나 다채롭고 굴곡도 많았던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녀의 대답은 그렇다.’일 것이 분명하다. 늘 당당하고, 똑부러진 여성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쉽게 대답이 나오질 않는다. “후회한다기보다는 뭔가 아쉬움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내가 꿈꾼 삶이란 정말 이런 것은 아니었는데...”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문득 반지로 인해 환기된 수십 년 전의 추억과 상념들은 풋풋했으나, 그것과 대비된 현재의 삶에 생각이 미치지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나는 그 반지를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운동 끝나고 오는 길, 금은방에 들러 처분했다. 1돈 반. 주인은 반지 가격으로 나에게 18만 원을 주었다. 30년 전의 애틋했던 추억을 18만 원에 팔아치운 것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 나에게는 18만 원이 훨씬 효용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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