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아주 '불편한' 사랑 노래(戀歌) 본문
photo by 이슬비님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 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 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전문
이 시는 '나의 마음을 알아 주실 임'에게, (만약 존재한다면), 자신의 간절한 그리움과
슬픔이 응결된 결정체를 보배처럼 간직했다가 내어 드리겠다는 내용의, 절실한 연가이다.
각 연의 짜임을 살펴 보면, 첫째 연은 '내 마음을 아실 이가 계시다면'이라는 '가정(假定)'으로 이루어져 있고,
둘째 연은, '보배인 듯 그 마음을 드리겠다'는, 그 가정에 대한 '응답'을 보여 주고 있으며,
셋째 연은, '꿈에서나마 내 마음을 알아 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마지막 연에서는 '그 임은 자기의 사랑을 알지 못할 것'이라며 추측에 의한 '결론'을 내려 버린다.
이런 가정과 응답은 사실.. 자신의 마음을 알아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시적 자아는 꿈에서라도 그런 임을 만나고 싶어하지만, 결국은 그것도 헛일이 되고,
그럴수록 그의 안타까움은 '달아오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적 자아는 자신의 의식 세계에 고립되어
더욱 고독해질 뿐이다. 이렇게 사랑을 밖으로 표현하지 못한 채, 속으로 감내하며 괴로워하는 시적 자아의 모습은
사랑에 대해 무척 소극적이었던, 우리 민족의 전통 의식 구조에 비추어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을 아실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정을 내려 놓은 상태에서,
더구나 폐쇄시킨 자신의 의식 세계는 열지 않으면서, 자기 마음을 알아 주지 못한다며 임을 원망하는 것은
그야말로 지나친 모순(아니면 억지)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시는 나에게, 아주 애절하거나, 아주 불편하다.
그런데.. 문제는.... (사실... 고백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 불편함이 나에게는.. 동병상련이거나,
거리에서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발견했을 때의 불편함과 비슷한 것이기에 더욱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은....(Bgm- Richard Marx, 'One More Time') (0) | 2010.09.16 |
---|---|
천사를 추억하다... (0) | 2010.09.15 |
수현이의 주민등록증 발급 통지서 (0) | 2010.09.13 |
나의 '울음터'는 어디인가? (0) | 2010.09.12 |
낯선 고양이와의 하룻밤 (0) | 2010.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