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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천사를 추억하다... 본문

일상

천사를 추억하다...

달빛사랑 2010. 9. 15. 20:34

 

 

오늘, 초저녁부터 나타난 상현달(반달)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 "혹.. 나는 천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말이야. 
천상에서 뭔가 결정적 실수를 해서 지상으로 유배 온 천사란 말이지.
아, 물론, 내려올 땐, 당연히, 볼펜 모양의 '기억수정기'에서 나오는
섬광 플래시를 쐬었을 테니, 천상의 기억이 떠오를 리는 만무하고....
아마도 내가 홍은동 천사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나의 이력(履歷)이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하거든. 
늘 고개를 숙이고 다녀 앞 머리칼에 가려진 이마 밑으로
오뚝한 콧날이 인상적이었던 홍은동 천사,
신촌의 밤길을 함께 걸으며 나지막이 노래를 함께 부르다
나의 틀린 가사 부분을 바로잡아 주던 그녀... 
지상에서의 삶에 익숙해지면서,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때 절은 운동화를 신고 있던 나였지만,
천사를 만나 무척 행복했었지. 꼭 요맘때, 그래..

추석을 앞 둔 가을밤... 그녀를 만났어. 
천사인 그녀는 나의 이력을 볼 수 있었던 거야.
나 역시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가 천사였음을
똑같은 이유에서 알아볼 수 있었던 거구. 
그렇지 않다면 그토록 아름다웠던 홍은동 천사가
지상의 보잘것없는 남자를 선택했을 리가 없잖아.
맞다. 나는 분명 천사였던 게 틀림없어. 

물증은 없지만, 물증보다 편리하고 매혹적인 심증이 있잖아.  
달 밝고, 바람 소슬한 요맘때만 되면, 
나는 나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에 밤잠을 설쳐왔는데,

그 허다한 날들의 불면이 사실은 나의 출생의 비밀과 관련이 있었다니...
암 것도 모르는 인간의 머리로는 분명 나보고 미쳤다고 하겠지.
우하하하... 나, 조만간 유배가 끝나 천상으로 복귀할 때, 후회할 거야.^^
그나저나 그녀는 어디 있을까.. 그녀도 혹 저 달을 보고 있을까?
아니면 유배 기간의 단축을 위해 인간과 결혼해서 인간처럼 늙어가고 있을까?
천사에겐 그러한 삶이 얼마나 혹독한 형벌일 것인가? 문득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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