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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아직도 여름, 여전히 여름 (9-10-화, 맑음) 본문

일상

아직도 여름, 여전히 여름 (9-10-화, 맑음)

달빛사랑 2024. 9. 10. 23:25

 

아직도 여름, 여전히 여름, 도대체 언제까지 여름? 오늘도 매우 더웠다. 9월 날씨가 섭씨 31도에 체감온도 35도라니, 기가 막혀라. 다음 주가 추석인데, 곡식은 잘 패겠네. 그나마 다행이다. 곡식 영글 때 폭우가 쏟아지거나 태풍이 찾아와 일 년 농사를 결딴나게 할 때가 종종 있었지. 아무튼 아직도 날씨가 한여름 같은데 추석 명절이 다가오니 이제 추석은 가을 명절이 아니라 여름 명절이 돼버린 건 아닌지. 하긴 늦여름 혹은 초가을 날씨는 며칠 사이에 변화가 조변석개라 속단할 일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여전히 에어컨을 켜야만 잠을 잘 수 있다는 건 가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소 억울하다. 그만큼 가을은 짧고 여름이 길다는 말일 테니까. 언제부터인가 여름은 봄과 가을의 몫까지 빼앗아 자기 몸집을 키우더니 이제는 사계절 중 가장 뚱뚱보 계절이 되어버렸다. 더위 타는 나로서는 슬픈 일이다. 이제 머잖아 봄, 가을은 없어지고 긴 여름과 긴 겨울만 남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누나들이 와서 함께 저녁 먹었다. 큰누나는 새벽 기도 간다며 우리 집에서 잤다. 두 할머니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시콜콜 참견하고 정리하고 음식을 만들고 하니 사람 사는 집 같다. 밥도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다. 다만 누군가의 간섭 없이 혼자 오래 살아오다 보니 누나들의 선의의 잔소리가 가끔 귀찮은 참견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말을 한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 먼저 그렇게 나가는 것이다. 당연히 이내 후회한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사랑과 호의를 담은 말들도 자주 사용해 본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무척 어색하다. 아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자식에게 모든 일상에서 말과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애정을 표현하는 친구들이 가장 부럽다. 특히 자녀들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며 뜨겁게 포옹하는 친구가 너무나 부럽다. 나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님도 그런 걸 가르쳐 주질 않았고 나 또한 미숙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저 아들이 아비의 마음만은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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