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비와 바람을 기다리는 시간 (8-21-수, 새벽부터 비) 본문
제9호 태풍 종다리는 목포 앞바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태풍으로서의 특성은 잃어버린 터라서 인천에는 바람이 그리 세게 불지 않았다. 하지만 종다리가 몰고 온 비구름의 영향으로 어젯밤과 오늘 새벽,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렸다. 새벽 5시쯤 눈을 떴을 때, 창문 밖으로 번쩍번쩍하는 불빛과 함께 우르릉 꽝 하는 천둥소리가 쉬지 않고 들렸다. 날이 하도 더워서 내심 큰 피해 없이 태풍이라도 다녀갔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했는데, 태풍은 정작 이곳까지는 바람을 올려 보내지 못하고 예상보다 일찍 소멸해 버렸다. 그래도 열대성 저기압으로 변한 종다리가 많은 비구름을 남겨서 내일과 모레까지 계속 비가 내릴 거라고 한다.
하지만 비가 내려도 태풍 종다리에서 함께 유입된 덥고 습한 공기로 인해 더위는 여전히 꺾이지 않을 거라고 하는데, OMG! 나로서는 무척이나 우울한 예보다. 태풍이 다녀가면, 그리고 많은 비 내리면 분명 더위가 한풀 꺾여 시원해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습도 탓에 체감온도와 불쾌지수는 맑을 때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하니 나처럼 더위 타는 사람에게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게 예년과는 달라진 여름의 풍경이다. 이러한 낯선 상황이 앞으로 점점 더 익숙해질 거라는 게 과학자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달궈진 지구의 에너지는 고갈되고 하지만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고…… 지구와 인류의 미래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오전에는 늘 가는 병원을 다녀왔다. 혈압약과 고지혈 약이 사흘분밖에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갈 때는 비가 내렸고 올 때는 비가 그쳤다. 뙤약볕 아래를 걷지 않아서 좋았다. 가끔 바람골을 지날 때는 바람이 시원했다. 그렇다고 땀에 젖은 얼굴과 목이 뽀송해진 것은 아니다. 비 갠 오후에는 서둘러 시장에 다녀왔다. 지난번에 사지 못한 깻잎을 샀고, 파와 풋고추, 당근, 숙주, 오이 등을 샀다. 오늘 세 통의 전화가 걸려 왔으나 인천작가회의 20년 사 자료집을 부탁한 창길이의 전화만 받았을 뿐 나머지 두 통의 전화는 받지 못했다. 하나는 다른 일을 하느라 받지 못했고 다른 하나는 받으려고 할 때 끊어졌다. 휴대폰 화면에 남아 있는 이름을 보니, 둘 다 내가 알고 있는 후배들이었으나 끝끝내 콜백 하지 않았다. 서운해도 할 수 없지. 정말 급하고 필요한 일 때문에 전화한 것이라면 그들 쪽에서 다시 연락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의례적인 안부 전화나 너스레 떠는 전화가 부담스럽다. 나는 콜 포비아를 앓고 있는 사람이니……. 정말이지 구체적인 목적이 없는 통화는 곤혹스럽다.
혈당 수치가 예사롭지 않다. 일단 면 음식부터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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