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미련 없이 7월과 헤어지며 (7-31-수, 맑음) 본문
술 한잔하고 와서 그랬던 걸까, 지난밤에 숙면했다. 아침, 유튜브 인문학 강좌 소리에 잠이 깼지만, 이미 충분하게 잠을 잤기 때문인지 피곤하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혈압약을 챙겨 먹고 공복 혈당을 쟀다. 108, 정상치를 벗어났으나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확실히 잠을 많이 자고 나면 혈당 수치가 높지 않다. 이불과 매트 커버를 테라스로 들고나가 탁탁 털었다. 출근하는 사람들 몇몇이 보였다. 단백질을 물에 타서 한 컵 마시고 올림픽 경기 결과 모음 영상을 보면서 실내 자전거를 1시간 탔다. 에어컨을 끄고 운동했더니 금방 온몸에 땀이 났다. 책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오전을 보내다 조금 이른 점심을 먹었다.
쉬는 날이었으나 낮잠을 자게 될까 봐 사무실에 나갔다. 박 비서가 나를 보더니 반색을 하면서 “어, 특보님 오늘 나오셨네요. 그렇지 않아도 연락하려고 했어요” 하며 웹자보와 행사 일정이 담긴 문건을 내게 건넸다. ‘인천무형유산연합회’에서 진행하는 ‘2024 인천무형유산 대축제’ 행사자료였고, 이 행사 주최 측에서 교육감에게 팸플릿에 게재할 서면 축사를 부탁한 모양이었다. 1시간쯤 후에 원고를 넘겨주니 박 비서는 “와, 벌써 쓰셨어요? 고맙습니다. 특보님” 하며 “이건 비타민 C인데, 좀 센 거예요. 피곤하실 때마다 한 봉지씩 드세요” 하며 비타민 한 묶음을 건네주었다.
오후에는 정책기획조정팀 김 주무관이 청사 내부망으로 모든 팀원에게 ‘데이터 기반 행정 온라인교육’ 이수를 부탁한다며 단체 쪽지를 보내왔다. 8월 14일까지였으나 미리 이수할 생각으로 ‘행정안전부 데이터 역량 강화 학습 지원시스템’에 들어가 1시간짜리 강좌 ‘디지털 정책 소통의 성공 포인트’를 수강한 후 수료증을 받아 팀 서무인 김 주무관에게 보냈다. 뭔가 많은 일을 처리하고 나니 사무실에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 다 가기까지는 비번이어도 자주 사무실에 나가 책을 보든 공부하든 아니면 글을 쓰든 할 생각이다.
집에 오면서 누나들에게 전화했다. 다행히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었다. “응, 이제 괜찮아”라고 말하는 누나의 목소리도 많이 밝아졌다. 하지만 영별의 경험이 많은 나는 안다. 사랑하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그리 쉽게 떨쳐버릴 수 없다는 것을……. 먹먹한 그리움은 시도 때도 없이 누나의 일상을 앞으로도 여러 번 헤집어 놓을 것이다. 괜찮은 듯싶다가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마음의 회오리 때문에 누나는 자주 멍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망연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 쓸쓸함과 먹먹함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7월은 정말 숨이 가빴다.
이런저런 일로 마음의 동요도 심했고
건강도 조금 나빠졌으며 경제적으로 지출도 많았다.
그 모든 게 온전히 7월과 여름 탓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정말이지 일말의 미련도 없이 7월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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