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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이렇게 천연덕스러울 수가 (7-27-토, 맑음) 본문

일상

이렇게 천연덕스러울 수가 (7-27-토, 맑음)

달빛사랑 2024. 7. 27. 23:33

 

떠난 사람이 의도치 않게 구겨 놓은 일상은 생각보다 쉽게 평소처럼 돌아왔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해가 뜨고 지고, 가끔 소나기 내렸다. 며칠 입맛이 없었으나 다시 입맛이 돌아왔고, 의지박약을 탓하면서 먹던 라면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정크 푸드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식사 후 운동하고, 책을 읽거나 영상 보는 일도 애초의 루틴을 회복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유튜브 인문학 강좌를 찾아보다가 알고리즘에 뜬 러시아 문학과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요약, 설명하는 영상을 만났고, 우연찮게 율브린너 주연의 영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시청하게 되었다. 그러자 문득 오래전에 완독 못한 이 작품을 올여름에 다시 읽고 싶어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2권짜리 정음문화사 판은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글자가 너무 작아 읽기 불편해 민음사에서 출간한 3권짜리 소설을 다시 구입했다. 8월 초까지는 완독 할 생각이다. 

 

생각만 많다. 무위도식하는 것 같아 세상에게 약간 미안하지만, 세상도 나를 기억하지 못할 테니 아주 많이 미안해하진 않을 생각이다. 어쩌면 세상의 저 천연덕스러움은 사람들의 미안함을 상쇄해 주려는 (세상의) 속 깊은 배려일지도 모르지. 생각해 봐. 누군가 극강의 슬픔 속에 침잠해 있을 때, 세상마저 온통 슬픔이라면 그 잿빛 수렁에서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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