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일 (4-16-화, 비 내리고 갬) 본문
그리고 다시, 열 번째 4월이 괄호에 갇힌 채, 약속처럼 맹세처럼 이곳에 왔다. 무능한 권력과 탐욕스러운 자본, 파렴치한 언론과 돌처럼 딱딱한 심장을 가진 어른들, 그들이 짓는 가증스러운 웃음과 '오늘도 무사한' 그들의 안온한 식탁과 편한 잠자리, 습관처럼 내뱉는 거짓말 위로 대못을 꽝꽝 박으며 4월은 왔다. 하늘이 사람을 버리고, 사람이 사람을 버리고, 최후로 사람이 하늘을 버린 그날을 기억하라 채근해 대는, 눈물 그렁그렁한 4월, 그날.
어제 내리던 비가 오늘 아침까지 이어져 내렸다. 비는 눈물 같이 내렸다. 흐느끼듯 내렸다. 10년간 이어진 한결같은 슬픔과 그리움은 우리를 여전히 그날의 기억에 붙잡아 두고 있다. 오늘 누군가가 SNS에 올린 여학생들의 사진을 보는 게 아니었다. 사진 속 소녀들은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이고 있었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사진이었다. 그 사진 소녀들 중 귀가한 소녀는 단 한 명도 없다. 오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전 비서실장 P가 찾아와 함께 점심했다. 오랜만에 남동희망공간 근처 '전라도밥집'에서 19,000원짜리 생선백반을 먹었다. 가성비는 모르겠고, 여전히 식당은 손님들로 붐볐다. 밥 값이 싼 식당이 아닌데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걸 보면, 손님들은 가격보다 맛이 우선인 모양이다. P의 혈색과 표정은 볼 때마다 좋아지고 있다. 청을 떠난 이후 건강이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다시 들어올 생각 없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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