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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내게 온 시집 한 권 (3-6-수, 맑음) 본문

일상

내게 온 시집 한 권 (3-6-수, 맑음)

달빛사랑 2024. 3. 6. 23:17

 

정우영 형의 시집 순한 먼지들의 책방(창비, 2024)이 제게 왔습니다. 받자마자 읽어 본 형의 시들은 하나같이 형의 성정을 닮아있어 마음에 담기 편했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한결같으실까' 하는 생각을, 형의 시를 만날 때마다 (좋은 의미로) 매번 합니다. 한결같은마음이 피운 시의 꽃들이 이 황량한 세상을 조금씩 아름답게 변화시켜 갈 것임을 나는 믿습니다. 형의 시를 통해 제 마음에 쌓여있는 거친 먼지들도 조금은 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형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저기 네가 보인다.

미치도록 보여 넘친다.

환한 꽃도 찡그린 꽃도 너이다.

그윽이 올려다본 살구꽃

연분홍 고운 눈매 분명 너이고

내가 어찌 모를까.

잉잉거리는 흰 벌도 너이고

팔랑팔랑 저 나비도 너임을.

사월은 제가 겨워 뒤집어지는 달

벌써부터 초록이 불붙었다.

영계(靈界)인들 못 넘을까.

철없는 시공간이 막아설까.

잘 돌아왔다, 아이야.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울고 웃고 떠들며 악몽을 씻으라.

찢긴 얼룩은 닦아내고

추앙보다 벅찬 평범을 맘껏 누리자.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전문(시집 66쪽)


어제 퇴근할 때쯤 은준이가 동네로 찾아와 술 한잔한 탓에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제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도 쉬 취하네요. 그래도 문학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날이라서 만남 자체는 의미가 있었어요. 그가 전해주는 시인들의 소식에 자극받기도 하고 질투도 나고.... 아무튼 시집 발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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