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내게 온 시집 한 권 (3-6-수, 맑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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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형의 시집 『순한 먼지들의 책방』(창비, 2024)이 제게 왔습니다. 받자마자 읽어 본 형의 시들은 하나같이 형의 성정을 닮아있어 마음에 담기 편했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한결같으실까' 하는 생각을, 형의 시를 만날 때마다 (좋은 의미로) 매번 합니다. 그 ‘한결같은’ 마음이 피운 시의 꽃들이 이 황량한 세상을 조금씩 아름답게 변화시켜 갈 것임을 나는 믿습니다. 형의 시를 통해 제 마음에 쌓여있는 거친 먼지들도 조금은 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형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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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네가 보인다.
미치도록 보여 넘친다.
환한 꽃도 찡그린 꽃도 너이다.
그윽이 올려다본 살구꽃
연분홍 고운 눈매 분명 너이고
내가 어찌 모를까.
잉잉거리는 흰 벌도 너이고
팔랑팔랑 저 나비도 너임을.
사월은 제가 겨워 뒤집어지는 달
벌써부터 초록이 불붙었다.
영계(靈界)인들 못 넘을까.
철없는 시공간이 막아설까.
잘 돌아왔다, 아이야.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울고 웃고 떠들며 악몽을 씻으라.
찢긴 얼룩은 닦아내고
추앙보다 벅찬 평범을 맘껏 누리자.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전문(시집 66쪽)
어제 퇴근할 때쯤 은준이가 동네로 찾아와 술 한잔한 탓에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제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도 쉬 취하네요. 그래도 문학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날이라서 만남 자체는 의미가 있었어요. 그가 전해주는 시인들의 소식에 자극받기도 하고 질투도 나고.... 아무튼 시집 발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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