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엄마 3주기 기일 (1-8-월, 맑음) 본문
기독인이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비기독인들과는 다소 달라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리고 엄마는 하늘나라 엄마의 꽃밭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겠지만, 그래도 자주 그립고 쓸쓸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니 한계가 많은 인간이겠지. 세월은 물 같아서 벌써 엄마 가신 지 3년이 지났다. 엊그제 같은데, 이제 묘역의 대리석 위에도 이끼가 끼고 묘비명은 탈색되었다. 그래도 죽으면 끝이라는 사고방식보다는 영원한 나라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은 얼마나 우리를 위로하는가. 물론 하늘의 가족들이 한결같이 지상의 가족과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모르니까 믿는 것이고 믿으니 알 수 없는 힘이 생기는 것이겠지. 적어도 엄마는 나를 그리워하고 있겠지. 하여, 지상에서 내가 띄우는 이 하염없는 그리움의 마음을 엄마도 분명 느끼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움은 확실히 내가 팍팍한 현실을 버티게 하는 힘이다. 오늘이 엄마의 기일이라고 해서 무겁고 경건하게 하루를 보낸 건 아니었다. 자신의 기일에 아들이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 원치 않을 것 같아서, 아니 사실 마음 저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보려고 평소처럼 태연하게, 환한 표정도 가끔 지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나 스스로는 좋았다. 엄마 보기에는 어떠했을까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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