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나는 까탈스러운 감상 기계다 (10-31-화, 구름 살짝) 본문
❚3년 전 예술회관역 6번 출구 앞에서 헤어질 때도 그는 내게 “연애는?” 하고 물었다. 그때는 피식 웃으며 “연애는 무슨, 내 몸 챙기기도 버거워요”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엊그제 주안역 인천 2호선 환승 계단 앞에서 만났을 때도 대화 끝에 그는 내게 물었다. “만나는 사람 있어?” 만날 때마다 그렇게 묻는 그도 우습지만, 그에게 던진 “요즘엔 별로..... (재미없어요)”라는 나의 대답도 생각해 보면 무척 우습다. ‘요즘엔 별로’라니, 마치 연애에 살고 연애에 죽는, 연애 박사처럼 대답한 것이다. 물론 사랑은 나의 힘인 게 사실이지만, 연애는 개뿔! 혼술, 혼밥, 혼숙(그 혼숙 말고. 아니, 그 혼숙도 포함해서) 만세!
❚가을 들어 각종 축제와 공연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매주 서너 개씩 진행되다 보니 현기증이 날 지경이지만, 그래도 내가 낸 세금으로 치러지는 행사가 많고(사실 거의 다다), 행사 주체들의 피 땀 눈물을 생각해 가급적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올 상반기까지는 이렇듯 경쟁적으로 치러지는 행사 중에서 품앗이가 필요한 곳이나 객석이 초라할 것 같은 곳, 특색이 있는 전시나 추모 집회 등에는 이유를 달지 않고 참석해 왔다. 물론 전시나 공연의 경우, 나와의 친소(親疏)를 고려하긴 했지만, 아무튼!
하지만 올 가을에는 나의 컨디션과 체력, 행사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다소 '의무감으로' 몇몇 행사에 ‘참/석/해/주/고/있/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어야 하는 곳은 부담스럽고, 내가 아니더라도 청중(관객)이 차고 넘치는 곳은 참석하지 않아도 미안함이 덜하다.
이번 주만 해도 어제 오늘을 포함해 서너 개의 교육청 행사가 주중과 주말에 촘촘하게 포진해 있고, 내가 제법 두텁게 몸담고 있는 단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들 역시, 주말 이틀 동안 팝콘처럼 터질 준비를 하고 있다. 너무 피곤할 때는 가끔 이쪽 행사를 핑계로 저쪽 행사를 빠져 볼까 하는 발칙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축제든 전시든 공연이든 연주든, 일단 재미있고 즐겁고 감동적이었으면 좋겠다. 그 재미와 감동이 낯선 것이면 더욱 좋고. 하지만 대체로 재미없었다. 그게 그거 같고, 어디서 본 듯했다. 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참석해 주기’가 아까웠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OMG! 그렇다. 나는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나 정작 고급스럽지 못한 통속적 관객이자 상당히 까탈스러운 감상 기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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