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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빵, 떡, 면이 없는 날들 (9-14-목, 구름 많고 흐림) 본문

일상

빵, 떡, 면이 없는 날들 (9-14-목, 구름 많고 흐림)

달빛사랑 2023. 9. 14. 20:31

 

정제 탄수화물을 멀리한 지 3달째가 되니, 몸무게가 준 것 말고도 눈이 맑아지고 몸이 붓지 않게 되었다. 피부톤도 좋아진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TV 나 유튜브를 통해 면이나 빵, 고기와 라면 등을 맛있게 먹는 영상을 보면 (요즘 먹방 콘텐츠는 왜 그렇게 많은지) '눈 딱 감고 한 번 먹어볼까. 또 관리하면 되지 뭐' 하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솔직히 현재 나에게는 단맛과 짠맛의 유혹이 흡연 욕구보다 훨씬 크다. 특히 라면과 냉면, 칼국수가 미치도록 먹고 싶다.

 

수십 년 간 내 미각과 뇌를 지배해 온 달고 짠맛을 단 3개월 만의 단식과 운동, 의지만으로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달고 짠 음식들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건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식습관을 살펴보면 그들은 하나같이 빵, 떡, 면, 술을 좋아한다. 나는 빵과 떡을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다. 젊었을 때에는 술과 면을 좋아했을 뿐 단 음식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나이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크림빵이나 단팥빵, 그리고 아이스크림과 같은 단 음식이 당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단 것을 좋아했다면 나의 건강 상태는 더욱 안 좋아졌을 게 분명하다. 아무튼 빵, 떡, 면을 멀리하고 있는 최근의 날들이 나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인 것만은 확실하다.

 

자극적인 맛의 기억들은 아직도 내 몸과 의식을 일정 부분 지배하고 있다. 현재 나는 의식적으로 그것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을 뿐이지 완전히 그것들을 의식 밖으로, 몸의 기억 밖으로 몰아낸 게 아니다. 언제든지 나는 그것들의 유혹에 무너져버릴 가능성이 있다. 내 의식과 내 미각이 그것들을 하찮게 여기게 되는 날, 이 지루하고 힘든 싸움은 끝이 나는 것이겠지만, 과연 그런 날이 내 생전에 올 수 있을까? 단언컨대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니 앞으로도 한결같이 나의 싸움은 유혹과의 싸움이고  그 유혹 앞에 언제든지 무릎 끓을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싸움이다. 또한 이 싸움은 노력이 필요하고 정보가 필요하며 동지가 절실한 그런 싸움이다. 지금 나는 강력한 적의 공격을 간신히 피할 수 있는 작은 방어막 하나 어설프게 마련한 형국이다.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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