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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사랑이라는 이름의 치명적인 독 (05-22-월, 맑음) 본문

일상

사랑이라는 이름의 치명적인 독 (05-22-월, 맑음)

달빛사랑 2023. 5. 22. 20:27

 

점심시간 즈음에 사진작가 서 선생과 다인아트 윤 대표가 교육청을 방문했다. 모처럼 만난 그녀들을 청사 밖으로 데리고 나가 갑오징어철판구이를 사주었다. 서 선생에게는 오래전부터 식사 한 번 하자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의 안부를 서로 나누다가 어느 순간 대화의 길을 잘못 틀었다. 아내가 있는데도 버젓이 남편 있는 여자와 연애 중인 후배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옳은 일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사적인 문제라서 '쯧쯧' 하고 혀를 몇 번 찼을 뿐 특별히 그 후배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사안에 있어서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온도 차가 존재한다. 당연히 그녀들은심하게 분개했다. 결국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얘기보다 후배의 '뻘짓'에 관해 더 오래 대화했다. 

남의 연애 이야기, 그것도 불륜의 사랑 이야기는 자극적이지만 흥미진진한 법이다. 그래서일까, 빗나간 사랑 이야기를 입에 담는 사람들에게서는 종종 관음적 태도나 혹은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데) 도덕적 결벽이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사실 타인을 도덕적으로 성토하는 일은 때때로 얼마나 주관적인 것인가. 마음으로 간음한 것도 간음한 것이라면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 했던 예수의 진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체로 이런 종류의 대화에서 특정인을 성토하는 발화의 주체들은 가십거리를 다루는 가벼운 연예부 기자 모드가 된다. 그래서 타인의 이야기에 흥분하고 성토하고 주홍글씨를 써붙인다.

물론 자신의 도덕적 기준으로는 도저히 용납 안 되는 행동에 대해 비판하고 성토하는 건 그 사람의 자유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그런 생각을 강요해선 안 된다. 물론 오늘 만난 후배들은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지 않았고 다만 그간의 상황을 객관적이고 소상하게 말해주었을 뿐이다. 따라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비판받아 마땅한 '그 녀석'을 성토하는 데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이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혹시 '그 녀석'이 남이 아니라 '우리'의 범주에 있던 녀석이라서 그런 걸까?

암튼 결말이 뻔한 상황의 포로가 된 그의 처지도 무척이나 안타깝다. 벌써 단맛 빠진 사랑의 권태와 부조리함이 그를 옥죄고 있는 상황이라는데, 이왕 비난을 감수하고 시작한 사랑이라면 어떤 형태로 끝이 나든, 결말만큼은 정말 솔직했으면 좋겠다. 결과에 대해서도 마땅히 책임을 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고..... 만약에 불행의 씨앗인 그 사랑의 질곡을 모두 극복하거나 그 어떤 돌팔매도 스스로 감당하며 자신의 사랑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그건 그들의 운명일 테니, 그때가 되면 나도 (그들의 사랑을) 나도 인정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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