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추모문화제 ❙ 일일주점(04-15-토, 비 내린 후 갬) 본문
빗소리에 잠이 깼다. 오전 내내 비가 왔다. 시청 광장에서 세월호 추모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라서 행사가 걱정되었다. 다행히 정오가 지나면서 비는 그치고 해가 다시 나왔다. 브런치를 먹고 쉬다가 미용실에 들러 이발했다. 짧은 머리가 맘에 들었다. 오랜만에 사우나도 했다. 너무 좋았다. 맘 같아선 매일 사우나를 했으면 좋겠다. 인생의 쓴맛 단맛을 번갈아 맛보듯 열탕과 냉탕을 오갈 때 나타나는 몸의 반응, 이질적 감각이 만들어 내는 카타르시스가 너무 매력적이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목욕탕에서 나온 후 점심식사도 하지 않고 곧바로 시청 광장으로 향했다.
추모문화제가 열리는 인천시청 광장에는 제법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익숙한 얼굴들을 많이 만났다. 프로그램은 작년과 유사해 다소 진부하게 느껴졌지만, 어차피 추모행사란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다짐의 자리이지 프로그램의 다채로움에 초점을 맞춘 행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흠이 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들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마음자세가 훨씬 중요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추모문화제를 지켜보다가 비서실장과 남동희망공간 일일주점이 열리는 갈매기로 자리를 옮겼다.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주점은 이미 만원이었다. 우리를 발견한 대표 유병희가 다가와, "어서 와요, 형. 교육감은 점심때쯤 다녀갔어요"라고 알려주었다. 많은 방문객 때문인지 확실히 그의 표정은 고무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나와 비서실장을 발견한 보운 형이 우리를 술집 밖에 따로 설치한 천막 안으로 데려갔다. 박남수 선배와 한국GM노조 김 모 위원장, 그리고 혁재가 앉아서 술 마시고 있었다. 잠시 후에 작가회의 후배 이병국 시인이 합석했다. 그간 코로나로 인해 인천 진보진영 동지들이 오늘처럼 한자리에 모여 술 마실 기회가 없었던 탓인지, 주최 측도 손님들도 반갑고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저녁때가 되자 다시 또 새로운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자리가 부족한 것 같아 새로운 손님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나랑 병국이, 혁재는 바로 앞에 있는 인천집에 들러 한잔 더하고 헤어졌다. 인천집으로 2차를 간 셈이다. 낮술을 마신 탓인지 취기가 와서 전철 탈까 하다가 택시 타고 귀가했다. 인천집 술값 36,000원, 택시비 6, 800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쓸쓸한 중년을 위하여! (04-17-월, 맑음) (0) | 2023.04.17 |
---|---|
별이 된 그들을 기억하며 (04-16-일, 맑음) (0) | 2023.04.16 |
다시 찾아온 4월 (04-14-금, 맑았다 흐림) (0) | 2023.04.14 |
봄날은 간다 (04-13-목, 맑음) (0) | 2023.04.13 |
황사 (04-12-수, 최악의 먼지) (0) | 2023.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