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어쩌다 병원! ❙ 후배들과 술 (04-10-월, 맑음) 본문
오전에는 교육청 운동장에서 식수(植樹) 행사가 있었다. 학생 '성공시대 원년'을 기념하는 식수 행사였다. 교육감과 국장, 과장들이 삽으로 흙을 퍼서 식수할 나무 주변에 뿌린 후 사진을 찍고 행사는 끝났다. 비서실장과 보운 형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비서실장이 갑자기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발생해 보운 형과 함께 병원에 갔기 때문이다.❚ 비서실장은 동네 의원에서 소견서를 받은 후 길병원에서 오후 5시까지 갖가지 종류의 검사를 받았다. 보운 형은 보호자 자격으로 함께 간 것이다. 나는 점심때 병원에 들러 두 사람과 식사한 후 3시까지 병원에 머물다 청사로 돌아왔고 그들은 마지막 검사인 MRI 검사를 마치고 5시 30분이 되어서야 청사로 돌아왔다. 검사 결과는 다음 주 월요일에 나온다고 한다. 비서실장은 애초 걱정했던 뇌(腦) 쪽 질환은 아닌 듯하고 전정기관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의사들의 말에 무척 다행스러워했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에 갈 때마다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더욱 불편했던 건 비서실장이 검사받은 곳이 신경외과였다는 사실. 그곳은 생전의 어머니와 자주 찾던 신경과 대기실과 붙어 있어서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엄마는 병원을 방문할 때 오히려 얼굴이 환해졌다. 의사를 만나 본인의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일도 노인에게는 좋은 일이고, 오랜만에 나와 함께 외출하는 것은 더욱 기쁜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원해서 진료받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들러 약을 받은 후 함께 식사하고 귀가하는 서너 시간의 외유 일정이 엄마에게는 너무 소중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엄마와 자주 외출하지 못한 게 얼마나 미안하고 부끄러운지 회한으로 남아 있다.❚
퇴근 무렵, 후배 상훈과 한오에게 연락받고 인천집에 갔다. 아뿔싸, 인천집에 자리가 없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경희네’ 방향으로 가다가 소고기 불고깃집 '돈불식당'을 발견하고 그 집으로 들어갔다. 안주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먹을 만했다는 말. 기분 좋게 후배들과 대화하며 술 마셨다. 두 시간가량 수다 떨고 그 집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경희네’로 2차를 갔다. 언제나 반겨주는 친누나 같은 사장님. 하긴 장사하는 사장님 중 손님을 반기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한 30분쯤 지났을 때 유 박사와 후배 광석이가 들어왔으나 합석하지는 않았다. 소주 한 병씩 더 마시고 늦지 않은 시간에 나왔다. 오늘 술값은 미안하고 고맙게도 모두 후배들이 계산했다. 후배들은 한잔 더하겠다며 남았고 나는 먼저 나와 전철 타고 귀가했다. 돌아오며 들은 재즈 가수 웅산의 노래들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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