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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영화 '아바타 : 물의 길'을 보다 (12-17-토, 새벽에 눈, 맑음) 본문

일상

영화 '아바타 : 물의 길'을 보다 (12-17-토, 새벽에 눈, 맑음)

달빛사랑 2022. 12. 17. 22:10

 

잠결에 천안에 사는 후배의 문자를 받았다. '여기 천안에는 눈이 펑펑 오고 있어요'라는 문자였는데, 15글자 내외의 문장에서 설레는 후배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방 창문으로는 환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여긴 아직 도착 전이네" 하고 답장을 보낸 후, AI 비서인 삼성 빅스비에게 오늘 날씨를 물었다. 빅스비는 아홉시쯤 눈이 내릴 거라고 안내해 주었다. 시간을 보니 8시 20분, '저렇게 볕이 좋은데, 40분 후에 눈이 온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일어나 테라스로 나가보니 여전히 볕은 좋았고, 눈은 이미 아침 일찍 다녀간 것 같았다. 테라스와 1층 뜰에 눈을 쓴 흔적이 있었다. 거리에도 며칠 전 내린 눈 위에 새로운 눈이 덮여 있었다. 눈은 아침 일찍 이곳에 흔적을 남긴 후 점차 아랫녘으로 내려간 모양이다. 결국 빅스비의 예보는 맞지 않았다. 

■■

일어난 김에 간단히 아침을 먹고 청소하고 빨래한 후 마트에 다녀왔다. 그동안 장을 보지 않아서 반찬거리가 말라버렸다. 그야말로 냉장고 야채 박스가 텅 비었다. 물론 여기저기서 받은 김치가 냉장고에 가득했지만, 매일 김치만 먹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응달은 눈은 녹지 않았고 양달의 눈은 녹아 슬러시처럼 변하고 있었다. 자동차들이 밟고 지나갈 때마다 더욱 곱게 다녀지곤 했다. 오늘은 꽤 많은 반찬거리를 샀다. '달걀 한 판, 곰탕 5팩, 콩나물, 두부 3모, 김, 양념장, 돼지고기, 상추, 순두부 2봉지와 순두부용 양념 2봉지, 오이 3개, 칼국수 면, 냉면 육수 2봉지, 부산어묵 10장, 순대 2팩, 떡국용 쌀떡 1kg, 참치캔 1개, 시금치 1단, 느타리버섯 2팩' 등을 구매했다. 연말까지는 그런대로 견딜 수 있는 양이었다. 점심으로 장 봐온 순대 1팩을 데워 먹었다. 다 먹지 못하고 반은 남겼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

오후에는 영화 '아바타-물의 길'을 관람했다. 현대의 영화 기술이 구현할 수 있는 CG의 끝판왕인 영화였다. '도대체 저런 장면은 어떻게 촬영한 거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만들었다. 러닝타임 3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스토리라인의 정교함이나 서사의 깊이에서는 1편을 넘어서진 못한 것 같았다. 빌런들의 이해할 수 없는 공격성과 잔인함도 개연성이 부족했고, 판도라 행성의 때묻지 않은 해양과 바다 동물들을 실사처럼 구현해 냈음에도 불구하고 1편을 통해 이미 환상적인 장면과 놀랄 만한 CG를 경험했기 때문일까, 2편의 영상(역시 대단하긴 했지만)에서 느낀 경이감은 1편을 만났을 때보다는 덜했다. 영화 '아바타'의 적수(?)는 '아바타' 자신이라고나 할까. 멋진 장면을 기왕에 만나 본 '학습 경험'은 확실히 감동을 증폭시키는 데는 한계로 작용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감각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더 자극적이고 더 신기한 것을 계속 제공하지 못하면 가장 먼저 만난 경이로움을 넘어설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인간의 탐욕과 그로 인해 망가지는 자연과 원초적인 생명력, 그리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대양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충분히 구현해 냈다는 생각이다. 너무 주제가 명료해서 오히려 영화가 평면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인간의 욕망과 환경에 관한 주제를 영화의 화두로 삼아 이렇듯 탁월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만으로도 감독의 세계관과 영화의 가치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2D로 관람했는데, 시간 날 때, 아이맥스에서 한 번 더 관람할 생각이다. 극장을 나와 갈매기에 들러볼까 하다가 (후유증은 없었지만) 백신 맞은 지 하루만이라서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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