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숙취와의 전쟁ㅣ만년필 성애자인가 (11-16-水, 흐림) 본문
소주와 막걸리를 섞어 마셔서 그런지 어제 마신 술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좀처럼 깨지 않았습니다. 오전 내내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최근 이렇게 불쾌한 취기를 느껴본 건 처음입니다. 결국 비서실장에게 연락해 오늘 쉬겠다고 말하고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잦은 음주에 불규칙한 식사에 운동도 사흘째 하지 않고 있습니다. 건강에 도무지 신경을 안 쓰고 있다는 거지요. 어제 도착한 건강검진 결과에 의하면 공복 혈당 수치가 정상보다 많이 나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간과 폐에는 특별한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당 수치를 낮추려면 지금보다 운동 강도를 높이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할 텐데, 지금 이 모양이니 걱정입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해장한다고 라면을 끓여 먹었고, 점심에는 냉면을 먹었습니다. 이 정도면 탄수화물 중독 수준이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내키지 않는 술자리에는 나가지 말아야 하는데, 거절 못 하는 성격이 매번 문제입니다. 단호해질 필요가 있어요. 단호해지겠습니다. 체체파리에 물린 것처럼 정신없이 자고 일어난, 오후가 되어서야 숙취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누워 세 편의 영화를 보았을 뿐 도무지 한 거 없이 하루를 보냈네요.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죄송슬러운 하루였습니다. 굳이 한 가지라도 의미 있던 일을 찾으라고 한다면, 좋은 영화를 봤다는 것 정도겠네요. 가을은 하릴없이 깊어가고 겨울은 또 빈틈없이 오고 있는 중입니다. 적어도 밤바람의 지분은 겨울이 더 많이 가진 것 같습니다.
파버카스텔 만년필 할인 행사한다고? (심한 갈등 중) 나는 만년필과 수첩 성애자인가. 만년필은 파카 제품 포함 여섯 자루나 있고 수첩도 몰스킨 제품을 포함해 여러 권인데, 필기구 할인행사만 보면 눈이 가고 손이 가니, “손이 가요, 손이 가♬” 하는 새우깡도 아니고, 나원참. 뭔가 씐 게 분명해. 물론 쟁여 두지 않고 사용하긴 하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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