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모든 게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지 (9-19-月, 맑음) 본문

일상

모든 게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지 (9-19-月, 맑음)

달빛사랑 2022. 9. 19. 00:03

 

학생들의 평화 의식 고양과 교육 거점 확보를 위해 인천광역시 교육청이 의욕적으로 개원한 ‘인천난정평화교육원’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내년 3월까지 교육원 주변에 조형물을 설치할 예정인데, 그것과 관련하여 건축 전문가들과 사전 답사를 가기로 한 것이다. 대부분 아는 분들이라서 얼굴도 보고 인사도 할 겸해서 가려던 것이었는데, 차를 함께 타고 가기로 했던 담당 주무관이 서류 준비를 위해 먼저 떠나며 “보좌관님, 저 먼저 떠나요. 과장님 차로 오세요” 하는 바람에 졸지에 담당 부서(동아시아 시민교육과) 과장의 차를 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낯을 가리는 내 성격상, 이번 9월 새롭게 발령받아 청에 들어온, 그래서 아직은 많이 낯선 과장과 단둘이서 차를 타고 강화까지 가야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이번에는 가지 않기로 마음먹고 먼저 떠난 주무관에게 연락했다. 내 성격을 아는 주무관은 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그럼 이번에는 쉬세요. 다녀와서 따로 보고 드릴 게요.” 했다.

 

 

출장 상신까지 해 놓은 일정이라서 갑자기 오후 시간이 붕 떠버렸다. 비서실장에게 말을 하고는 오후에 일찍 청을 나왔다. 교육이나 문화예술 관련 인사들을 만나 볼 생각이었다. 예총의 집행부도 얼마 전에 새롭게 들어섰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중간에 연결고리가 되는 인물도 없이 무턱대고 연락하거나 찾아가면 자리에 없거나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일단 몇몇 선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말을 넣어 달라는 부탁을 한 후, 교보문고 쪽으로 이동해 책을 몇 권 사고, 근처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반지의 제왕> 해설서와 시집 두어 권을 샀다. 롯데백화점 지하에서 식사하고 나와 신포동에 들러 지인들을 볼까 혹은 제물포로 이동해 은준을 보거나 혁재에게 연락할까 고민하다가 정말이지 날이 하도 더워, 마침 정거장으로 들어오는 36번 버스를 타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가던 여름이 마음을 바꾼 것처럼 더웠다.

 

일찍 저녁 식사를 하고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캄캄해졌다. 하지만 내일 비번이라서 갈매기에 들러볼까 하다가 할 일이 문득 생각나 마음을 바꿨다. 게다가 지난주에 과음했으니 이번 주는 좀 쉬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일모레, 특보들과 교육감이 간담회를 하는데 그 자리에서도 술을 마셔야 할 것 같다. 월요일부터 취하면 일주일이 힘들다. 눈 주위에 자주 경련이 일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으니 몸을 좀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술 욕구를 이겨내고 일찍 집에 오면 그렇게 맘이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 음주도 습관이다. 고비를 넘기면 아무것도 아닌데, 번번이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유혹에 빠진다. 오늘은 할 일 때문이지 의지로 술 유혹을 이겨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묘한 성취감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성취한 게 없는데도 성취감이 드는 이상한 경험이다. 술에 관한 한 그렇다. 한 번만 음주를 걸러도 뭔가를 한 것 같은 정신적 포만감이 느껴진다. 자주 이런 포만감을 느끼고 싶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