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당신의 갑질, 그 심리적 배경을 나는 알지 (9-20-火, 맑음) 본문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자마자 여기저기서 카카오톡으로 보낸 동영상과 신문기사들이 화면에 떴다. 하나하나 기사를 읽어보니 현 인천광역시의회 모 분과 모 위원장이 신설학교 개교행사에 자신을 초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계 최고 간부들을 불러 반말로 고성을 질러가며 윽박질렀다는 내용이었다. 눈이 의심스러웠다. 아직도 이런 촌스럽고 일차원적인 갑질이 횡행하고 있단 말인가. 기가 찼다. 지난 6월 지자체 선거 결과로 인해 시의회의 권력구도가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교체되었는데, 이 개념 없는 위원장은 바로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모양이다. 사실 시의회 의원이든 국회의원이든 그들에게는 이런 종류의 갑질이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특히 인격이 미성숙한 나이 어린 머저리들이 권력을 잡으면 주변에 엄청난 위해를 주는 무기가 된다. 그야말로 완장 찬 희열감에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폭주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행위와 그 결과가 머잖아 똑같이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걸 모르는 것이다. 이런 머저리들이 국민의 뜻을 대변할 리는 만무하다. 오로지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목숨 바쳐 설쳐 댈 뿐이다. 돈과 권력은 있는데 기본적인 교양이 없다 보니 머릿속 가득한 열등감이 갑질이라는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다. 현재의 지위를 자기 것이라 착각하고 또 그 지위가 계속될 거라고 믿는 단견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자들은 그야말로 공해다. 그러한 공해를 만들어 낸 국민들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있겠지만, 이런 머저리들은 선거 때만 되면 워낙 카멜레온처럼 자신을 윤색하고 때에 따라 납작 엎드려 비굴한 얼굴로 표를 구걸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들의 본색을 알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사무실로 불러들여 고성과 반발로 모욕을 준 교육계 인사들은 그야말로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어느 날 갑자기 말라붙은 소똥처럼 날아온 교육 뜨내기 머저리 의원과는 비교도 안 되는 인재들이다. 그 젊은 머저리가 행패를 부려도 될 만큼 가벼운 사람들이 아니란 말이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아직도 이런 시대착오적인 인물이 횡행하는 걸 보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인천 사람으로서 너무나 창피해 얼굴을 들 수 없다.
퇴근 무렵 다인아트 윤 대표에게 연락이 와 교육청 앞에서 만났다. 얼마 전 엄마를 떠나보낸 후 공허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피곤해서 만남을 거절했다가 오랜만에 전화한 그녀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 내가 다시 전화해 약속을 잡았다. 오랜만에 혁재에게도 전화를 했고, 다행히 시간이 돼서 함께 만났다. 그녀가 맛집을 발견했다며 데려간 곳은 교육청 근처 이베리코 돼지고깃집. 처음 먹어 봤는데, 놀라웠다. 어쩜 그리도 고기가 부드러운지 웬만한 소고기보다 오히려 맛있었다. 나와 혁재를 만난 윤은 기분이 많이 풀린 듯 연신 웃었다. 혁재와 나는 그저 그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었을 뿐인데...... 그녀는 마음속 깊은 얘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런 걸 보면 진정한 위로는 대단한 무엇인가가 아니고 그저 조용히 앞에 앉아 말하는 상대에게 공감하고 많이 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나와 윤 대표는 먼저 귀하하고 혁재와 나는 갈매기로 걸어가 막걸리 한 잔씩 더하고 헤어졌다. 8시 30분쯤 갔는데 손님은 혁재와 나뿐이었다. 우리는 한가해서 좋았으나 사장 입장에서는 서운한 날이었을 것이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 전철 타고 귀가했다. 밤바람이 무척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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