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문득 추억을 되짚다 (8-22-月, 대체로 맑음) 본문
언제부터인가 부쩍 길어진 여름은 현재 느린 화면으로 저물고 있습니다. 저무는 계절의 모서리에서는 그리움이 무리지어 일어섭니다. 계절은 가도 내 기억과 내 사람들은 이곳에 남아 새로운 계절 앞에 설 것입니다. 때가 되면 가고 오는 계절과의 이별(만남)이 그리 새로울 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환절(換節)의 길목에서는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합니다. 아쉬움이 클수록 그리움도 큽니다. 그리움이란 결국 현재의 아쉬움을 희석하는 지나간 시간의 안간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움의 망토가 보듬고 있는 지난 시간 속에서 지금보다 젊고 강강한 당신이 웃고 있습니다. 그때 그 자리 그 시간 속에서 당신의 웃음은 온전히 제 것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웃는 당신의 모습을, 시간이 드리운 휘장 너머로 지켜보며 나도 웃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확실히 힘이 셉니다. 가끔은 소중한 것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또 상실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것도 결국은 시간입니다. 유한한 우리가 시간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 나는 아쉬움도 미련도 시나브로 아득해지는 시간 앞에서 조금은 깊어진 마음으로 다가올 계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시 현재의 당신에게도 내가, 영근 그리움이 되어 불쑥불쑥 떠오르곤 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늘 이곳에 있습니다. 어느 날, 불현듯 나를 찾아올지도 모를 당신을 위해 한결같이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여전히 나는 부끄러움이 많아 드러난 말보다 숨은 마음이 훨씬 큽니다. 혹여 당신과 내가 시간을 거슬러 다시 이곳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얼굴만 빤히 보며 말도 못 할 나를 위해 당신 쪽에서 먼저 환하게 웃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야 할 여름은 아직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할 수 있는 일 (8-24-水, 흐렸다 갬) (0) | 2022.08.24 |
---|---|
'인천, 인간의 풍경'전, 가온 갤러리 (8-23-火) (0) | 2022.08.23 |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다 (8-21-Sun, 맑음) (0) | 2022.08.21 |
늙은 개의 오후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8-20-Sat, 맑음) (0) | 2022.08.20 |
Covid-19 백신 4차 접종 (8-19-Fri, 오후부터 비) (0) | 2022.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