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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7월 5일(화) 맑음,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보내다 본문

일상

7월 5일(화) 맑음,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보내다

달빛사랑 2022. 7. 5. 00:08

'밀린' 드라마를 보며 늙은 개처럼 하루를 보냈다. 스포츠센터가 공사 중이라 운동도 하지 못했다. 더위에 취약한 몸이 염천(炎天)을 견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에어컨이 없었다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지친 표정으로 여름을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을 것이다. 현재 나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잃을 게 많은 사람은 불투명한 미래가 두려울 테지만, 사실 나에게는 별로 잃을 게 없다. 그리고 최후로 사회적인 내 포지션과 관련한 모든 것을 잃어도 개인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문학이 있기 때문에 돌아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사람에 관한 실망과 염증을 느끼지 않고 관계를 정리하는 일이다. 내가 있을 곳이 아닌 자리, 내 몫이 아닌 것을 바라야 하는 자리에 있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복잡한 인간관계에서는 이렇듯 사소한 바람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자신의 본모습을 지키는 일, 무척 어렵겠지만 이것이 나의 최근 화두다. 

 

 

문우 박일환 선배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찮게 알게 되어 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박은빈이 주연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보는 내내 기분좋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사건도 개연성이 있다. 특히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인물인데, 이 인물을 활용하는 작가의 건강한 시선이 무척 마음에 든다. 장애인이 주인공인 여타 드라마에서는 항상 그들을 도식적으로 소비한다. 이를테면 동정심을 유발하게 하거나 그 반대로 그 어떤 사회적 도움이나 주변의 손길을 부정적으로 치부하는 주인공의 행동을 자립심이 강한 것으로 묘사하는 식이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도식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분위기가 밝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장애인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지극히 판타지적인 작품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런 요소를 전면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이 드라마는 그러한 오해를 해당 장애(여기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밀도 있는 이해와 관찰, 그로부터 기인하는 현실성 있는 인물 설정과 사건 전개, 섣부른 낙관의 차단, 배우의 실감나는 연기 등으로 커버한다. 아마도 작가와 연출가는 애초부터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지양하고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로 드라마를 만들려 했던 것 같다. 비극을 싫어하는 나 같은 애청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모든 요소를 갖춘 셈이다. 16개의 에피소드 중 2개만 본 상태지만 앞으로의 전개가 무척 기대된다. 그리고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8부작(시즌4) 중 지난 달에 보지 못한 나머지 부분을 감상했다. 시즌4에서 끝나는가 했는데, 마지막에 떡밥 장면이 나오는 걸로 봐서 시즌5도 제작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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