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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전쟁 중인 봄날, 맑음 본문

일상

전쟁 중인 봄날, 맑음

달빛사랑 2022. 3. 16. 00:02

 

초록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아침나절만 잠깐 서늘했고,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기온은 올라, 점심때쯤에는 완연한 봄날이었습니다. 식사하고 돌아오는 길, 시청과 교육청 주변의 나무들은 지난주와는 다른 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정문에서 피켓 시위 중인 전교조 선생님들도 며칠 만에 얼굴을 보였습니다. 대선 이후 모든 대화방에서 나가버리거나 입을 닫아버려 걱정했는데,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했는지 오늘은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해왔습니다. 마음에 근육이 생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그들의 바람이 이번 봄에 이루어지긴 요원해 보입니다. 현 정부에서 해결했어야 할 사안이었는데, 현 정부가 미적거리는 바람에 전교조에 비우호적인 정권으로 문제가 이월됐네요. 하지만 진실과 정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승리한다는 역사의 합법칙성을 믿습니다. 양심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온 모든 이가 환하게 웃는 날은 올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역사 속에서 불의를 위해 싸운 숱한 희생들이 얼마나 무의해지겠습니까. 국민에게 희망을 앗아가온 정치만 아니라면 이곳은 제법 살 만한 곳입니다.

 

사무실 바로 내 뒷자리의 이 선배 부인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합니다. 출근했더니 형은 아침부터 진단키트로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어젯밤에 만난 사람들에게 전송하고 있더군요. 자신이 걸리는 건 괜찮은데 주변에 민폐가 될까 봐 걱정이라는 겁니다. 우리 방 보좌관 중 한 명은 이미 확진이 돼 월요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내가 출근하지 않았고, 이번주에는 후배 보좌관, 만약 형까지 걸린다면 보좌관들이 마치 릴레이를 하듯이 돌아가면서 격리에 들어가는 셈이네요. 교육청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보니 청사 앞 광장에 PCR 검사소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언제든지 감염이 의심되면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지요. 확진자로 판명되면 청에서는 유급 휴가인 공가로 처리해줍니다. 무증상 감염자들은 일주일 휴가를 받는 느낌일 겁니다. 이제 오미크론은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거 같아요. 그야말로 복불복입니다. 다시 말해 방 안에 틀어박힌 채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그야말로 방콕족이 아닌 다음에는 피할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이왕 걸릴 거라면 차라리 빨리 걸려 항체를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귀찮은 통과의례가 된 것이지요. 아무튼 증상과 무관하게 지금 제 주변은 전쟁 중입니다. 아름다운 봄날에 이 무슨 횡액이란 말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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