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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3월 15일 화요일, 맑음 본문

일상

3월 15일 화요일, 맑음

달빛사랑 2022. 3. 15. 00:15

 

비가 온 다음날은 항상 청명합니다. 이런 청명함은 날씨에 관심 많은 사람에 대한 예의입니다. 기온은 2도쯤 떨어졌어요. 여전히 겨울은 이곳에 있습니다. 물러갈 때도 됐는데, 참 고집이 세네요. 안간힘이 보통이 아닙니다. 물론 한낮은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새순을 내민 나무들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지나면 꽃을 내미는 나무들도 있을 겁니다. 오늘도 나는 일찍 일어나서 무거운 머리를 손가락으로 짓누르며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그러다가 다시 잠을 잤지요. 두 시간 정도 잔 것 같아요. 이렇게 깼다가 다시 잠들면 나중에 잔 잠은 꿀잠입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 건 오래된 일입니다. 숙면을 기대할 수 없다면 수면 시간으로라도 심리적 위로를 받고 싶습니다. 4시간 잔 것과 6시간 잔 것은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걸 몸이 확실하게 증명해 준 적은 별로 없지만, 아무튼 심리적으로 위로가 되는 건 사실입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법이니까요. 아무튼 오늘은 평소보다 2시간을 더 잤으니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좋은 컨디션을 보일 거라 믿습니다. 



어제 아침에 술 취한 목소리로 전화해 나를 몹시도 불안하게 했던 후배가 어제 오후 문자를 보냈습니다. 걱정이 되니 혼자서 술 마시지 말라고 보낸 내 문자에 대한 답입니다. 웃음을 의미하는 ‘ㅋㅋ’을 앞에 두고 뒷부분에서 ‘상주와 막걸리 한 병 나눠마셨을 뿐이에요’라는 문자였습니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오전에 후배와 내가 들어가 있는 대화 방에서 그녀가 불쑥 나가버렸습니다. 그러자 총무격인 후배가 다시 그녀를 불러들였고, 이내 그녀의 다음과 같은 답장이 화면에 떴습니다. “***는 치료가 덜 끝났습니다. 4~5월까지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다시 초대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사실 이 문자는 그녀가 보낸 것이 아니라 그녀의 남편이 보낸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전에도 몇 번 그런 적이 있거든요. 그녀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남편은 그녀의 이름으로 모두에게 문자를 보내 협조를 당부하고는 했습니다. 내 예상대로 이 문자가 그녀의 남편이 보낸 것이 확실하다면 현재 그녀는 상태가 매우 안 좋다는 말일 겁니다. 내가 느꼈던 불안함은 사실이었던 셈입니다. 그녀와 보낸 세월이 만만하지 않기에 나는 그녀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녀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내 판단이 틀려주길 바랐는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봄이 지척인데, 봄날의 꽃들을 즐길 틈도 없이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그녀가 너무 가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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