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3월 12일 토요일, 종일 흐림 본문
종일 흐렸습니다. 곳곳에서 산불은 또 기승을 부리고 있고 선거의 후유증으로 가슴에 뻥 뚫린 상실의 구멍 속으로는 스산한 바람만 획획 불고 있어요. 쉽게 메워지지는 않을 거예요. 텔레비전만 틀면 나오는 환호 중인 적폐들의 모습이 아니꼬워 뉴스도 안 보고 있습니다.
사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내 생활은 딱히 달라진 건 없습니다. 몇몇 변화는 있긴 했지요. 공무원 생활을 하게 되었고 시집도 출간했으며 엄마를 떠나보냈으니 작은 변화는 아니지요. 내 생활 여건도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건 정부의 성격과는 무관한 일이잖아요. 오히려 대다수 국민은 삶이 훨씬 피곤해졌다고 아우성들입니다.
물론 코로나 창궐이라는 불가항력의 재난이 이곳을 휩쓸고 있긴 하지만, 그 이전부터 ‘도무지 이놈의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것이냐?’라는 볼멘소리가 많았습니다. 정권 초기에 반짝 인기가 있긴 했지만, 이후 인사와 정책의 실패, 구태의연한 정치, 의석 숫자에 자만하는 모습 등으로 인해 민심은 급격하게 이반 되었지요. 생각해 보세요. 정권 중기부터 말기까지 잘못된 인사로 인한 정치 세력 간의 진흙탕 싸움은 국민을 얼마나 피곤하게 만들었습니까. 그 과정에서 윤이라는 인물도 부각 되었고, 결국 윤을 당선시킨 건 현 정부와 여당 아니던가요?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이런데도 막상 선거에서 윤이 당선되니 가슴이 너무 휑하고 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군요. 그건 아마도 윤과 그의 가족이 보인 엽기적인 행태와 부도덕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치 초년생인 그의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는 낡은 정치의 신봉자들 때문입니다. 앞으로 그들의 전횡과 안하무인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그런 파렴치한 인물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상당수의 국민은 또 어떻고요. 도대체 대한민국의 민도가 이렇게 밑바닥이었나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괴물들이 또 다른 괴물들을 만들어 낸 지금의 형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당장 떠오르질 않네요. 조금 심호흡이 필요할 듯합니다.
현 정권은 무능하고 새로운 정권은 그들의 전과(前過)를 볼 때 믿을 수가 없고, 진보 진영은 지리멸렬하고…….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전 주의자들은 혁명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일단 숨을 고르며 그간 사놓고 읽지 못했던 책을 찾아 읽고, 시 쓰기에 몰두해야겠습니다. 나만 이렇듯 휑한 마음을 정돈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세상은 또 천연덕스럽게 돌아갈 겁니다. 차라리 내가 꼰대가 되었다면 지금처럼 마음이 헛헛하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봄입니다. 다음 주에는 비 소식이 많네요. 술을 안 마신 지 벌써 열흘, 다음 주에는 막걸리 서너 잔은 마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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