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후배들을 만나다 본문
부평구 문화 재단 팀장인 황과 연극 연출가이자 작가 재상이를 만났다. 갈매기가 아닌 근처 '인천집'으로 약속을 정했는데, 그 이유는 웅피 조개와 굴 보쌈을 먹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육이 소진돼 굴보쌈은 못 먹었다. 게다가 황은 날 것을 좋아하지 않아 할 수 없이 노랑가오리 찜을 먹었다. 오호, 그것도 별미였다. 하긴 인천집은 음식 맛 좋기로 정평이 나있는 집이니.... 담배 피우러 나갈 때마다 갈매기 쪽을 힐끗힐끗 바라봤는데, (나원참, 죄를 진 것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갈매기 역시 손님으로 가득 차서 조금은 덜 미안했다. 단골집을 앞에 놓고 술을 마시는 일은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재상이는 3차 백신을 맞과 왔는데도 술을 마셨다. 황은 놀란 표정으로 "괜찮겠어요?"라고 말했고 나는 속으로 '먹어도 돼. 인명은 재천이야'라고 생각했다. 하도 백신 부작용에 관한 낭설들이 분분할 때라서 걱정이 되긴 했다. 다행히, 아니, 하지만 본인이 극구 문제 될 게 없다고 우기는 바람에 유경은 할 수 없이, 나는 '그것 봐라' 하며 술을 권했다. 결과와는 무관하게 유쾌한 술자리였던 건 사실이다.
나와 후배들 모두가 문화예술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인천 문화예술의 현실과 그 안에서 일하는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빗나간 욕망에 사로잡혀 일을 어렵게 한다는 혐의로 몇몇 인물들이 후배들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후배들이 말한 인물 중에는 내가 아는 인물들도 있었는데, 해당 인물들에 관한 나의 평가는 후배들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서 듣기가 민망할 때가 여러 번이었다. 심지어 후배 하나는 "선배님, 왜 그런 사람을 좋아라 하시는 거예요."라며 나에게 서운하다는 표정까지 지어보여 당혹스러웠다. 그때마다 나는 "사업하면서 제일 어려운 게 인간 관계지. 다만 오늘은 우리 이야기를 하자. 없는 사람 이야기 하지 말고." 하며 화제를 돌리곤 했다. 다행히 후배들은 나의 의중을 이해했는지 "예, 그렇게 할게요."라며 순순히 화제를 바꿔주었다. 황은 "선배님 만나려고 저 내일 월차까지 냈어요. 우리 맛있는 거 많이 먹어요. 제가 살게요." 하며 다시 유쾌한 분위기로 되돌아갔다. 내심 고마웠다. 화장실을 다녀오며 인천집 술값을 몰래 계산했다가 황에게 지청구를 들었다. 선배들 대접하려고 맘 먹고 나왔는데, 선배가 계산하면 어떡하냐는 것이었다. 귀엽고 유쾌한 지청구였다. 결국 한 턱을 내야 한다는 황의 성화에 못이겨 나와 재상이는 양꼬치 집으로 2차를 갔다. 그곳에서 양고기 스테이크와 양꼬치를 안주로 연태고량주를 마셨다. 웬일인지 아무도 취하지 않았다. 10시쯤, 적당한 취기를 달고 술집을 나왔다. 문화예술회관까지 걸어와 황과 재상이를 태워보내고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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