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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다큐멘터리의 힘 본문

일상

다큐멘터리의 힘

달빛사랑 2021. 8. 28. 00:20

 

창창하진 않았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빨래할까 했는데 간헐적으로 비가 올 수 있다고 해 그만두었다. 결국 비는 오지 않았다. 오후에 양말이나 속옷 등속의 가벼운 빨래는 손으로 했다. 늘 문을 열어두고 있는 작은방을 청소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아도 먼지가 많았을 것이다. 오전에는 EIDF(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영화들을 관람했다. 감동적인 작품들이 정말 많았다. 그 영상들이 사실에 기반했다는 것이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그 어떤 창발적인 상상력도 구체적 사실과 그것이 품은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사실 불편한 진실을 전하는 허다한 다큐멘터리들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유리 심장으로서는 그 진실을 감당하기가 너무 버겁기 때문이다. 예술 다큐멘터리나 인간극장과 같은 작품들을 좋아한다. 우주나 지구, 인체, 동물의 세계를 다룬 내용도 좋아한다. 사회 정치적인 내용을 싫어하는 이유는 작품에서 말하는 그 ‘진실’ 혹은 사건의 불편한 본질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진실이지만 그것을 굳이 이야기하려는 작품감독의 의도는 이해한다. 고발을 통한 문제 제기, 그리고 대안의 도출을 위해 해당 사안을 집요하게 다루려는 그들의 시도는 세상을 바꾸는 의미 있는 실천이다.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알면서도 화면을 통해 바라봐야 하는 부조리, 파렴치들을 견뎌내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나와 같은 사람의 방구석 양심은 종종 치열한 활동가들이 투쟁해서 얻어낸 결과물에 무임 승차하는 경향이 있다. 사건의 본질을 정확하게 직시하지 못하는 겁쟁이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디게 바뀐다. 그래서 늘 미안하다. 이번에 EIDF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서, 새삼 나의 겁쟁이 근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감독들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전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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