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나는 인천이 좋아요 본문


오늘도 종일 책을 교정하며 하루를 보냈다. 최근 들어 시력이 안 좋아져서 서너 시간만 책을 보고 있어도 눈이 침침해지곤 한다. 그나마 돋보기가 있어서 그 정도지, 돋보기가 없으면 이전처럼 서너 시간 책을 볼 엄두가 나질 않는다. 누군가 루테인이나 오메가3를 먹어야 할 나이라고 조언을 해줘서 서너 달 전부터 루테인을 먹기 시작했다. 아직은 특별히 달라진 걸 모르겠다. 장복(長服)해야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얼마나 먹어야 ‘길게 복용한 것’이 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일단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오늘도 교정하다 활자가 겹쳐 보일 때마다 쉬어야 했다. 그렇게 쉬기를 서너 번 한 거 같다.
책을 교정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이름,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무척 많다. 인천을 사랑한 문학가들, 인천을 거쳐 간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아가는 일은 여간 재밌는 일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의 다른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고, 처음 알게 된 사람도 많았다. 특히 개항기 인천은 낭만과 향락과 우수와 절망이 뒤섞인 공간이었다. 젊은 예술가들이 일부러 경인선 기차를 타고 인천을 찾아오는 일도 많았고, 인천의 젊은이가 서울로 통학을 하기 위해 역시 기차를 타고 가는 일도 많았다. 나는 그 통학 정서, 다시 말해 매일 타는 기차나 버스 안에서 갖게 되는 묘한 정서를 알고 있다. 나도 수년간 기차나 버스를 타고 서울로 통학을 했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 속에서 만나는 인천은 낭만의 도시이자 기회의 도시였다. 그것은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외지 사람들은 인천의 매력을 많이 이야기들 하는데, 정작 인천 사람들은 인천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생각은 자유지만, 이해할 수 없다. 집값이 싸서 그런가? 아무튼 애초의 얘기로 돌아간다면, 인천을 사랑했던 많은 문인의 삶을 그들이 남긴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추리해 보는 일은 재미있다. 작품보다 먼저 해당 인물을 알게 되었을 때는 내가 알고 있는 그의 모습이 작품 속에는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는지, 그 모습은 현실의 모습과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를 생각하며 읽게 된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더러는 같고 더러는 달랐다. 그래도 삶의 치열함이 문학의 올곧음에 근접한 분들이 훨씬 많았다. 물론 본인만이 정확하게 알겠지만, 나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일도 문학 작품 속에서 인천의 흔적을 찾는 일은 계속될 거다. 적어도 일요일 전에는 끝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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