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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흐르는 날들 : 봄도 이제 끝인가 본문

일상

흐르는 날들 : 봄도 이제 끝인가

달빛사랑 2021. 5. 6. 15:35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요즘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먼지가 좋지 않아 공원 산책도 못 하고 운동도 못 하는 상황이라 비번인 날에는 잠을 자거나 영화만 본다. 책은 도통 들어오질 않는다. 이러다가 머리에서 깡깡 하는 빈 깡통 소리가 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동기 없이 보는 영화의 반 이상은 며칠 지나면 줄거리조차 기억나질 않는다. 우연히 얻어걸리는 명작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킬링타임 영화들은 머리에서도 가슴에서도 저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모양이다. 아침 6시쯤 일어나니 하루가 결코 짧은 건 아닌데 잠자리에 들 무렵이면 도대체 뭘 하고 하루를 보낸 건지 허허로울 때가 잦다.

 

삶의 긴장감이 떨어진 게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독서든 일이든 사람에게든 치열함이 부족해졌다. 엄마가 계실 때는 매사에 행동을 조심하고 엄마의 일상에 불편함이 생기지 않게 배려하고 숙고하고 긴장할 수 있었는데, 엄마가 곁에 없으니 뭔가 삶에 있어 긴장의 끈이 뚝 끊어진 거 같고 뭘 해도 재미없다. 칭찬을 기대하며 선행하는 아이처럼 뭔가 그럴듯한 일을 하거나 밖에서 좋은 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알려주고 싶어 막 가슴이 설레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떨림이 없다. 노인 하나가 남긴 공허와 쓸쓸함이 이다지도 클 줄은 정말 몰랐다. 하지만 내 풀어짐의 원인을 모두 엄마의 부재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일, 소년도 아니고 장가들 나이의 아들을 둔 장년인 내가 언제까지나 ‘엄마 없는 하늘 아래’의 외로움을 핑계로 풀어져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하여, 무엇보다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겠다. 나 혼자 식사하다 보니 짜거나 매운 자극적인 즉석식품을 자주 먹는다. 라면도 많이 먹고 탄수화물도 과도하게 섭취하고 있다. 이것부터 줄일 일이다. 또 하루빨리 연애 감각을 회복해야겠다.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긴 한데, 실제 누구와 연인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둘째 문제고, 중요한 건 정서의 결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취를 감춰버린 연애 감정은 삶의 모든 면에서 동력을 떨어뜨린다. 누군가를 짝사랑이라도 할 때는 외로움, 아픔 따위의 감정조차 싫지 않았다. 오히려 유행가 가사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그 상황을 즐기기까지 했던 거 같다. 그 긴장, 상대에 대한 그리움, 떨림이 좋았다. 물리적 결핍은 아니었지만, 그것조차 비련의 주인공은 응당 감수해야 하는 감정의 상처로 받아들이며 스스로 위로하고 의도적으로 아파했다. 철부지 소년의 감성이라 할 수 있지만, 그래서 마음이 더디 늙었고 다채로운 감정을 체험할 수 있었다. 단언컨대 싫지 않았다. 아저씨의 점잖은 이성보다 유치하고도 질풍노도 같은 소년의 감성이 훨씬 좋았다.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이라도 해봐야지.

 

코로나는 다양한 부면으로 많은 것을 파괴했고 많은 사람을 죽였다. 나는 끝까지 살아남아야지. 바이러스 따위에게 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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