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방치했던 산문(散文)들을 모아 놓고 보니 본문
문득, 계획에도 없던 일을 정말이지 문득, 했다. 그동안 썼던 산문들, 이를테면 칼럼, 리뷰, 신문 연재물, 청탁받았던 시론(時論), 성명서, 선언문 등을 한 파일로 모았다. 컴퓨터에 남아 있는 파일들은 그것대로 모으고 신문 연재물은 해당 신문사 홈피에 들어가 복사해서 한글 파일로 만들어 정리했다. 아마 확인하지 못하거나 유실된 글들도 적잖게 있을 것이다. 모은 글들만 정리해서 책을 만들어도 제법 두툼한 책 한 권은 충분히 묶을 수 있어 보인다.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 중 맘먹고(?) 써서 책으로 묶어 내도 무방한 다소 감상적인 산문들을 빼고도 책 한 권 분량이 나오니 나름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끄적거리긴 많이 끄적거린 모양이다. 하지만 시(詩)에 사고를 집중하다 보니 산문(散文) 관리는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꼼꼼한 문사(文士)라면 운문이건 산문이건 자신의 모든 글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왔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한 걸 보면 진정한 문사가 되긴 아직 멀었나 보다.
쑥스러운 얘기지만 주변 지인들은 내 산문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곤 했다. 예의상 그렇게 말한 것만은 건 아닌 게 분명하다. 어느 한때 나 스스로 산문에 몰입했던 시기가 있었다. 전광석화처럼 시상이 떠올라야 쓸 수 있는 시와는 달리 산문은, 일상에서 겪은 신변잡기부터 격정적인 느낌의 시론, 문학적인 감상문 등등 상대적으로 차분하면서도 긴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가 안 될 때 산문이라도 써야만 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뭔가를 써야만 잡생각이 사라지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평온해지다 보니 점점 더 쓰기에 집중했던 것인데, 나중에는 그것이 하나의 집착이 되기도 했다. 다만 글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글쟁이에게는 약이 될 수 있다고 스스로 위안하긴 했지만……. 아무튼 맨날 말로만 “일모도원!” 외치면서 엄살만 부렸지, 가는 세월이 아까워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서두른 적이 없다. 게으름을 느긋한 것이라 합리화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많이도 죽여왔다. 엄살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되었다. 두 번째 시집 발간은 물론 산문집 발간을 위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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