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이런 것은 아니었는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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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귀갓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
어두운 골목길엔 불켜진 빈 트럭이 정거해 있다
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
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낡고 흰 담벼락 근처에 모여 사람들이 눈을 턴다
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
이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일생 몫의 경험을 다했다, 진눈깨비 | 기형도, ‘진눈깨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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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했던 마음이 비로소 빗장 거는 밤, 스탠드 불빛들은 꼭 제 몫만큼만 빛을 흘리고, 떨어진 빛들은 방심한 먼지들을 무심히 비춘다. 문득 스스로 닫은 마음의 푸른 힘줄이 낯설어 보인다. 그러면서 하나둘씩 찾아드는 내 것 아닌 마음, 욕망과 미련과……집착이라 불러도 상관없을. 겨울밤은 촘촘히 깊어가고 부산한 마음들의 난장(亂場) 속에서 유순한 마음 몇 개 어렵게 찾아 책상 위에 펼쳐놓고 멍하니 바라본다. 그래, "이런 것은 아니었다." 눈이라도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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