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문화도시 인천의 민낯 본문

너희가 예술을 아느냐? | '문화도시' 인천의 민낯(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지난달 말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재단이 제출한 예산안 54억5천500만 원 가운데 약 24억 원을 삭감한 30억 원 정도만 승인하여 예결위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만약 이번 달 8일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문복위의 결정을 최종 승인할 경우, 인천문화재단은 내년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삭감 이유에 대해, 시의회(문복위)에서는 “지금까지 사업 추진 상황을 봤을 때 과도하게 부풀려진 예산이 많고 시가 내려주는 대행 사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앞으로 재단이 자신의 고유사업을 가려내어 내실 있게 진행하길 바란다는 의도도 덧붙였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말이지만, 사정을 알면 그야말로 단견의 극치를 보여주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그간 문화재단이 지역 사회와 시민들에게 썩 만족할 만한 활동의 이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겠지만, 이런 식의 예산 삭감은 의회 권력의 횡포이거나 문화예술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지극히 몽매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재단이 이번에 제출한 예산 54억 원 중 경상운영비가 38억원 가량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단순히 계산해도, 30억으로 삭감된 예산으로는 재단 직원 인건비와 경비로도 빠듯하다는 말이고, 동시에 문화예술사업이나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라는 말이다.
탁상에 앉아서 보좌관이 전해주는 자료와 수치만 보고 이 황당한 결정을 한 해당 상임위 위원들의 용감무쌍한 무지함에도 혀를 차지만,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인천의 의회에서 이렇듯 문화예술, 더 나아가 예술가들을 홀대하는 결정을 내린 것에 절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게다가 재단 및 기타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확보한 예산으로 문화복지위원회는 신규사업 7개를 새로 편성했다고 하는데, 그 사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당수 사업이 대체로 의회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이나 이벤트성 사업이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 한두 개가 아니다.
재단 대표이사와 간부들의 무능, 의지 부족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것은 지역 사회와 문화예술 현장의 수많은 활동가가 논의하고 지적하고 극복해 나갈 일이지 행정이 나서서 예산을 무기로 지역 문화예술판 위에 군림하려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물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재단인 만큼 재단의 운영도 투명해야 하고 시스템도 민주적이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설사 그간 문화재단이 그러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성실하게 수용하지 못했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빌미로 의회 권력이 문화예술지원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예술가들에게 돌아올 몫을 선심성 행사를 위해 가로채는 짓은 동네 건달이나 하는 일이지 의회의 선량들이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다양한 이유로(솔직히 말하면 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재단을 힐난하던 많은 예술가가 이러한 의회의 폭거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심지어 고소해 하는 얼치기들도 눈에 띤다. 자신들 또한 재단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았거나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멍청이들 ㅠㅠ) 결국 자신의 예술작업은 물론 인천 문화예술 생태계를 현저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눈먼 적대감 때문에 해당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오불관언의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코로나로 인해 그나마 진행하던 사업들도 대거 유보, 폐기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극빈의 겨울을 보내고 있는 문화예술가들에게 의회는, 고사하든 동사하든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듯한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여 무척 회의적이지만(의회를 거꾸로 읽으니 회의가 되는군), 의회에 묻는다. 과연 재단을 통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예술가 및 문화예술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물론 능력이 닿는다면 말이다. 재단 역시 이런 굴욕의 상황에서 어떻게 지역 문화예술사업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것인지 대안을 고민하길 바란다.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의회가 대안도 없이 문화예술지원예산을 반토막 냈다면, 그에 대한 책임 또한 의회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 책임질 수 없다면, 좋다. 지원받을 생각 안 할 테니, 당신들도 앞으로는 인천의 문화와 예술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길 바란다. 문화도시 인천? 소가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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