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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방 콕 맥주 본문

일상

방 콕 맥주

달빛사랑 2020. 8. 22. 22:32

 

오늘도 인천에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아침부터 안전안내 문자 도착 알람이 쉴새 없이 울렸다.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엄마조차 핸드폰에서 울려대는 알람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엄마는 글자가 안 보인다며 알람이 울릴 때마다 핸드폰을 들고 내게 와서 물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띵똥거리는 거냐.” 무슨 문자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내게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물어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는데도 나는 자주 외출을 했고, 술을 마셨으며 늦은 밤에 귀가했다. 엄마는 이렇듯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물어오면서 ‘이런데도 나갈 거야?’라고 무언의 지청구를 주는 것 같았다. 사실 오늘 오후도 외출 욕망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도 엄중하고 엄마의 바람도 있고 해서 포기했다. 하긴 외출하면 늘 후유증이 있긴 했다. 외출하지 않으니 하루가 길었다. 두 편의 영화를 보았고, 인천Y 50년사 원고도 90%정도 정리를 끝냈다. 방 청소도 했고 김치와 쌀도 구입했다. 그러고 나니 하루가 무척이나 한갓졌다. 문밖은 전쟁인데 잠시나마 평온했다. 그리 대단한 평온함은 아니었지만, 그조차도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맥주는 내가 좀처럼 마시지 않는 주종이지만, 외출 안 한 대신 집에서 마시기 위해 캔맥주 6통을 사 왔다. 더울 때마다 딱 한 캔씩만 마실 생각이었는데, 마시다 보니 4캔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집에서는 술을 잘 안 마시지만, 오늘처럼 집에서 혼자 마시는 것도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안심하고 귀가에 대한 부담도 없고, 취하면 픽 쓰러져 잠을 자면 되니 얼마나 맘 편한가. 나에게는 아직도 두 캔의 맥주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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