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장맛비, 인천에서 잠깐 숨고르고 본문

흐리긴 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오후에는 잠깐 구름 사이로 해가 보일 때도 있었다. 수건과 침대보를 빨아 빨랫줄에 널었는데, 볕에 말린 게 아니라서 눅눅하긴 했지만, 마르긴 했다. 볕 좋은 날, 침대보는 다시 말릴 생각이다. 빨래를 널어놓고도 행여 잠깐 사이에 비가 내릴까 봐 자주 테라스에 나가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가 그치자 지열이 올라와서 대기가 무척 습해졌다. 잠깐만 걸어도 목에 땀이 송알송알 맺혔다. 우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닥칠 더위가 벌써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 금요일이 절기상 입추인데, 몸으로 느끼는 가을은 한참 뒤에라야 만나게 되겠지. 하지만 그래 봐야 한 달, 여름의 몽니는 그리 길진 않을 거라 믿는다. 믿고 싶다.
오전에는 기호일보 금요칼럼 원고를 송고했고, 인천지하철공사로부터 지하철 안전문에 게재할 시민 공모 시 심사를 의뢰받았다. 지하철공사와 인천 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있는 이번 사업에 심사위원은 모두 네 명, 그중 3명이 문인협회 소속 위원들이고 한 명은 지하철공사 측에서 추천하게 되어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하철공사 측 추천 시인으로 심사에 결합하게 된 것이다. 내가 작가회의 소속이니 (문협 시인들이 많긴 하지만) 양쪽 문인 단체 시인들이 심사 현장에서 만나게 된 셈이다. 내가 알고 있는 시인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와준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을 경우, 의견조율에 다소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작품성이 떨어지는 시를 게재할 경우, 지하철에 대한 이미지 하락은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짜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살펴볼 생각이다.
오늘 하루 장맛비는 인천에서 잠깐 숨을 골랐다. 경기지역으로 올라간 강우(降雨) 전선(前線)은 여전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민가와 민생을 할퀴고 있다. 강은 범람하고 가정집 서랍까지 물에 잠겼다. 무너지고 잠기고 끊기고…… 힘든 시련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내일도 중부지방에는 폭우가 내릴 거라는 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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