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자기 과시와 대리만족의 기제 SNS 본문
어제는 많은 술자리가 있었나 보다. 알고 싶지 않아도 각종 SNS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눈이 풀리거나 흥겨움을 과장하거나 그 과장 때문에 오히려 약간 쓸쓸함이 묻어나는 사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나를 불러댔다. 왜 ‘그들(사진을 올리는 사람은 대개 정해져 있다)’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에 담아 타인에게 보여주길 좋아하는 것일까. 그것도 하나의 인정욕구일까. 당신이 무료함에 지쳐 하품이나 해댈 동안 우리는 이렇듯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는 걸 과시하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그러한 인정욕구는 왠지 안쓰럽다. 나도 가끔 술자리 사진을 개인 SNS에 올리곤 하지만 그것들은 대개 안주이거나, 화장실 가는 길에 만난 꽃들이거나, 벽에 새로 그려진 그림이나 낙서이거나, 빈 술잔이나 주종을 알 수 있는 술병을 올릴 뿐이지 일행들의 모습을 허락 없이 찍어서 함부로 공개하진 않는다. 술자리 일행 중에는 그렇듯 자신의 사생활이 다중에게 공개되는 걸 원치 않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자신의 과시욕을 위해서 타인의 사생활을 재료로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우연히 조명섭이라는 청년 트로트 가수의 노래를 들었다. 22살이라는데, 놀랍다. 이별의 정서를 어찌 이렇듯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가창력도 빼어나고 곡 해석과 무대 매너도 나이와 상관없이 완벽하다.(물론 내 기준에서) 서너 번은 반복해서 들었다. 이 어린 가수를 주목하게 될 것 같다.
갈매기에 들러 혁재를 만나고 돌아왔다. 오늘은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혁재의 과거(나를 만나기 이전) 이야기를 들었다. 혁재가 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긴 그는 내가 갈매기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다른 일행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극적이면서도 애잔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와의 갈등과 비구사찰 주지 스님의 수양딸을 아내로 맞게 된 사연, 두 분의 어머니가 한집에 살게 된 연유, 두 어머니 사이의 갈등과 그것을 조율해야 했던 그간의 신산한 삶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한 편의 소설과도 같았다. 혁재를 껴안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문득 든 생각, ‘자유로운 영혼’ 코스프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달이 참 밝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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