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참 희한한 그들만의 사랑법 본문

일상

참 희한한 그들만의 사랑법

달빛사랑 2020. 4. 21. 20:59

 

후배는 얼마 전 애인 명의로 된 자신의 휴대폰을 또 다시 박살냈다. 연상의 여인과 10년 넘게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주변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란 말을 자주 듣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그를 속박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그가 한결같이 하는 일이라고는 맘에 맞는 사람들과 만나 술 마시고 어울리는 것 혹은 애인을 만나 밥 먹고 술 먹고 잠자리를 갖는 것 말고는 없으니까. 물론 지인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전혀 생색내지 않고 온 정성을 다해 그 일을 도와주는 따뜻한 품성을 지니고 있긴 하다. 난도가 높은 현장 일을 해주고도 대가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가끔 그의 대책 없는 이타심을 이용하려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런 그가 희한하게도 애인과의 관계에서는 자주 마초적인 속성을 보여서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엊그제 휴대폰을 던져버린 것도 애인과의 다툼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나는 다툼이 일어났을 때 물건을 던지거나 약한 사람에게 손찌검을 하는 사람을 경멸해 왔기 때문에 후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토록 타인에게 자상하고 속 깊은 친구가 왜 애인과의 관계에서만큼은 하이드로 변한 지킬박사처럼 행동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기 위해서”라든가 “너무너무 집착이 심해서 사람 피를 말리려 한다니까요”였다. 다섯 살 연상의 애인이 후배에게 집착한다는 말은 그 이전부터 후배에게 자주 들어왔다. 실제로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직접 목격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애인은 불안했던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인 자신의 애인이 어느 날 훌쩍 떠나버릴 것 같은 불안함 때문에 더욱 사랑을 확인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후배는 자상한 위로를 건네주거나 어깨를 도닥여주기보다는 분명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왜 이렇게 힘들게 해”라고 말하며 밀쳐냈을 게 분명하다.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상대를 더욱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을(乙)일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자발적 을이고 행복한 을이며 주는 기쁨으로 인해 마음이 넉넉해지는 을이다. 하지만 늘 사랑의 허기를 느껴 상대의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신을 같은 만큼의 크기로 사랑해주지 않는 상대에게는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집착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을 테니까.

 

평소에 자신의 애인만큼 착하고 좋은 사람 없다며 입버릇처럼 칭찬하는 그가 애인에게 싫증이 났거나 떠날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지금 보이는 이 모든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그들만의 특별한 사랑법일 지도 모른다. 타인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정말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사랑을 대하는 정서적 차이가 확연하게 다른 화성인과 금성인의 만남처럼 말이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착하고 이타적인 후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