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볕 좋은 휴일 본문
1층 주인아저씨는 옥상에 텃밭을 만들기 위해 분주합니다. 올해도 옥상에서는 상추, 고추, 가지, 오이, 호박 등 다양한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랄 겁니다. 바이러스 창궐해도 봄은 봄이니까요. 세상의 종말 하루 전에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도인이거나 현실감각이 없는 사람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게 분명한) 사람도 있었잖아요. 살아 있는 존재들은 주어진 생명이 다할 때까지는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자신이 지닌 생명에 대한 예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땅을 갈무리 해 생명을 키우고 그렇게 얻은 생명으로 또 다른 생명들의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농부야말로 위대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볕 좋은 휴일입니다. 가만히 하늘을 보고만 있어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날입니다. 우리를 답답하게 하는 시끄러운 세상의 모든 고약함도 저 봄볕이 주는 무상의 위로를 당해낼 수는 없을 겁니다. 맘 같아선 엄마 모시고 산책이라도 갔으면 좋으련만…… 저 투명하고 따스한 봄볕 아래서 여유롭게 걸어보지도 못한 채 덜컥 봄과 헤어지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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