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친구야, 정말이야? 결혼한다고? 본문

일상

친구야, 정말이야? 결혼한다고?

달빛사랑 2019. 11. 28. 04:11




친구에게 청첩장을 받았습니다. 60이 다 돼서 장가를 가겠다는 친구를 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스스로 질곡의 무한궤도로 진입하겠단 거 아닙니까. , 나 이거 참. 물론 결혼을 한 적은 없지만 친구에게 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몇 차례의 연애 경험이 있었지만 평생의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는 거지요. 그런데 결혼 유경험자로서 단언컨대 평생의 인연이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헛헛한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습니다.

 

운명적 만남이라고도 표현되는 그럴듯한 이 말은 사실 따지고 보면, 콩깍지가 낀 만날 당시의 설레는 마음이 만들어 낸 환상일 뿐이라는 겁니다. 그걸 알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알콩달콩 연애나 할 것이지 이 나이에 뭣 때문에 결혼이라는 질기고 고약한 질곡 속으로 몸을 던지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면전에서 이 말을 했다면 친구는 해본 놈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라고 했을 게 분명하지만 해봤기 때문에 조언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누군가 그랬다지요?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거라면 일단 해보는 게 좋은 거라고 말입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란 말입니까. 안 해도 되는데 굳이 하고 난 후에 겪게 되는 후회감은 그 대가(후유증)가 결코 만만찮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겠지요. 들어간 물질적 비용과 정신적 고단함일랑 일단 차치하고, 결혼은 당사자들만의 만남이 아니잖아요. 패밀리 대 패밀리의 결합 아니겠어요. 그러다보니 그 후유증도 당사자들만의 후유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패밀리들에게도 필연적으로 전이가 된다는 겁니다. 둘만 헤어지면 가족과의 관계도 결혼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말을 하다 보니 홀아비의 질투심이 만들어 낸 악담처럼 되어 버렸군요. 뭐 어쩌면 그게 사실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단순한 질투 때문만은 아니고, 뭐랄까, 선험자의 안타까운 푸념이랄까, 혹은 친구도 나와 같은 길을 가면 어쩌나 하는 기우 같은 것이겠지요. 별 걱정 다한다고요? 그래요. 제가 정서적 오지랖이 만만찮다는 거 이제 아셨나요. 연애를 해본 지가 하도 오래되다 보니 설렘도 무뎌지고 만사가 귀찮아진 것도 사실입니다만, 제가 단지 제 질투심 때문에 결혼이 목전인 친구에게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했겠습니까.(뜨끔!) 제가 사랑과 연애조차 폄훼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쿄쿄쿄간사한 웃음소리)

 

아무튼 고난과 시련의 길, 맘고생과 진 빠지는 지름길을 향해 자기 스스로 나선 것이잖아요? 하지만 일단 친구의 선택인 만큼 나 역시 범인(凡人)들처럼 축하는 해주겠습니다. 그렇다고 친구야, 잘 살아야 해. 행복은 이제 너의 것이야. 저 빛나는 태양도, 계절마다 피는 꽃도 새들의 노래도 다 너를 위한 것들이야.”라는 낯간지럽고 위선적인 덕담은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도 가오가 있지 말입니다. 다만 나는 돈 많이 들었지. 걱정 마라. 친구들 많이 몰려갈 테니, 축의금으로 퉁치면 돼.”라든가, “헤어지게 되면 연락해. 아는 변호사 많아.”라든가, “그래도 혼자 청승맞게 밥 먹는 일은 줄어들겠군.”과 같은 축하(?)의 말은 해줄 수 있습니다. 사랑한다. 친구야. 불행은 나눌수록 줄어든대. 고마워. 내가 겪은 그 (불행의) 길을 너도 기꺼이 가줘서. 그나저나 너 장난 아니지? 너 새신랑 코스플레 하는 거 아니지? 그럼 죽는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