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제30회 인천노동문화제 : 부평역 쉼터 공원 본문
노동문화제는 올해로 열아홉 번째다. 초기 노동문화제는 단순한 축제 그 이상의 의미였다. 시절이 엄혹했고 노동자들이 집회 현장이 아닌 광장에서 하나가 되어 소통하고 위로하고 새롭게 결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일을 지역의 선후배들이 의지를 가지고 조직하고 실행하고 꾸려온 것이다. 물론 그간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세가 가팔랐을 때는 오히려 형형한 눈빛으로 연대하던 노동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우경화되거나 형식적 민주주의의 당의정에 취해 연대의 끈을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문화제 조직을 책임지는 핵심 주체들의 사분오열도 원인의 하나였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삐걱거리면서도 20여 년 가까이 이 문화제를 새삼 추스르고 힘겹게 인내하며 오늘까지 끌고 온 것은 이찬영이라는 탁월한 후배의 노고였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연일 치러지는 축제와 행사에 진이 빠질 지경이었지만 다른 행사라면 모르겠지만 노동문화제에는 반드시 참석하고자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그간 지역의 현안이나 노동문제에 미온적이던 인천작가회의가 적극적으로 행사에 결합한 문화제였다. 후배 조혜영의 적극적인 추동과 실천에 힘입은 바 크지만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작가주의에 침윤되어 자주 머뭇거리던 선배들이 자신의 일상으로 후퇴한 반면 그 자리를 건강하고 용감한 젊은 후배들이 채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운동조직이나 노조 활동 경험은 일천하지만 낮은 차원에서 가장 순수한 운동성을 견지하고 있는 회원들이다. 자연스럽게 작가회의가 물갈이가 되면서 실천의 동력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작가들은 자신의 저서를 현장에서 판매했고 그 수익금은 모두 현재 투쟁 중인 한국GM인천공장 노동자들의 투쟁기금으로 전달했다. 후배들이 시 낭송도 하고 후원금도 전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자족적인 글쓰기를 벗어나 현실에 적극 대응하는 실천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굳이 문협과 변별되는 문예 조직을 만들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오랜만에 작가회의 창립 목적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쁜 이유는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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